오늘 명지대서 정년퇴임 기념강연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이 시대가 요구하는 미술사적 과제를 가슴에 품고 깊이 탐구하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사진·64)가 퇴임 기념강연 연설문에 담은 '미술사학도 후배들에게 전하는 당부의 말' 중 한 대목이다. 그는 교수생활 20년을 끝내고 28일 오후 명지대에서 정년퇴임 기념강연을 한다. '미술사의 사회적 실천을 위하여'라는 주제다.
"미술사를 공부하려면 스님이 되기 위해 머리를 깎으러 절집을 찾을 정도로 생각하라. 요즘 출판 세태를 보면 마치 머릿속에 지식을 넣지도 않은 채 머리를 세척하려는 책만 나오는 것 같다."
유 교수는 이렇게 후배들에게 무엇보다 '철저하게 부지런해질 것'을 주문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 또한 이 같은 실천을 함께할 것이라는 약속도 내비쳤다. 학교를 떠난 후에도 답사와 저술, 강연 등 그동안의 행보를 계속할 계획이다.
평론가로서 그는 책과 답사, 강연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우리 문화유산과 미술사를 확산시키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출간된 지 20년이 돼 가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는 1권 한 권만으로 100만부를 돌파하는 등 인문학 분야로는 최초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내년에는 '남한강편'을 펴낼 계획이다. 이 외에도 '화인열전', '한국 미술사강의' 시리즈를 꾸준히 집필 중이다. 최근엔 '명작순례'와 '한국 미술사강의 3'이 출간됐다. 유 교수는 '명작순례'에 대해 "한국 미술사강의에 언급된 주요 화가의 스토리텔링이나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쉽게 풀어낸 책"이라며 "예술품을 보는 좋은 안목을 갖춘 친절한 안내서가 많이 나와야 명작과 대중의 거리가 좁혀질 것이란 생각으로 썼다"고 소개했다.
유 교수는 자신의 20대 이후의 삶을 "대학 졸업하기까지 10년, 금성출판사ㆍ공간ㆍ계간미술 등 직장생활 10년, 백수생활(미술평론가) 10년, 영남대ㆍ명지대 교수생활 20년"이라며 "그 사이 군복무 3년, 감옥생활 1년, 문화재청장 3년6개월"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학창시절 삼선개헌에 반대하다 무기정학을 당하고 1974년엔 민청학련에 연루돼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유 교수는 '학문을 지키면서 지식인으로서 행동하며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길은 없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여기에 아놀드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는 그가 걸어갈 미술사학의 이정표가 됐다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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