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발생 서울대공원 사고, 낮은 담장 넘어왔다면 더 큰 대형사고 날 뻔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지난 24일 오전 서울대공원에서 호랑이가 탈출해 사육사에 상해를 가한 사고는 동물원의 부실한 안전관리 매뉴얼과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인사조치 및 교육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공원 특성상 주의를 기울여 다뤄야 할 맹수가 많지만 세부적인 관리 및 대응 체계가 없고, 동물별 특성이 모두 다름에도 불구하고 인사이동에 따른 후속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안영노 서울대공원장은 25일 오후2시 서울신청사 2층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동물사 현장에는 2인1조의 팀을 이뤄 출입해야 하지만 사고 당일에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 원장은 "2인1조로 근무하는 수칙이 있지만, 기존 호랑이사를 리모델링하면서 각기 다른 곳에 분산돼 근무하면서 지키지 않았던 것 같다"며 "해당 인력을 보강했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조치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사고를 낸 호랑이는 시베리아호랑이 로스토프(3)로 호랑이사에 머물렀어야 했지만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면서 임시로 여우 우리에 옮겨졌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공원 측은 맹수를 관리하는 인력보강과 배치, 장소변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종합해 조치를 한 후 이동작업을 해야했지만 관리매뉴얼 자체가 없어 결국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기존 우리보다 3분의1에 불과한 49.6㎡의 좁은 곳으로 옮겨오면서 담장 보강 등의 안전관리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호랑이가 머물던 여우사의 담장 높이는 1.41m에 불과하다.
만일 호랑이가 담을 넘어왔다면, 관람객에 대한 추가 공격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사고 당일 오전 10시 기준 서울대공원에는 1092명의 관람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공원 측은 뒤늦게 호랑이가 머무는 여우사의 출입문과 관리자동선 담장을 5m로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부실한 사육사 인사관리 시스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고를 당한 심 모(52) 사육사는 지난 1987년부터 지난해까지 곤충사에서 근무하던 직원이다. 올해 1월 인사발령으로 맹수사에서 근무를 해왔다. 곤충류에서 맹수류로 특징이 전혀 다른 동물로 바뀌었는데도 대공원 측은 별도의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달주 서울대공원 복지과장은 "1달에 1번 정기교육이 있고, 분기에 1번 안전교육을 실시하지만 인사이동에 따른 동물사별 별도 교육이 이뤄지진 않는다"고 답했다.
대공원 측은 선호부서와 비선호부서 등을 고려해 사육사 간 인사이동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지만 그에 따른 후속교육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폐쇄회로(CC)TV도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분리된 상태에서 사육사가 사고를 당해도 무방비로 방치될 수 있는 위험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고도 매점직원이 발견해 최초로 신고했다. 대공원 측은 이에 대해 "사육방사장 별로 1개소에 CCTV와 시건장치 개폐시 알림장치 등을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호랑이는 전시를 전면 중단하고 관람객으로부터 분리된 상태다. 호랑이의 후속 조치에 대해 이달주 과장은 "해외사례를 검토한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로 목과 척추를 크게 손상당한 사육사는 평촌 한림대병원에서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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