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파크 충돌사고로 본 대기업 이용실태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지난 16일 발생한 LG전자 소속 헬리콥터가 서울 삼성동 38층짜리 아이파크 아파트에 충돌, 추락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 보유 헬기의 위험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국내 기업 보유 헬기 중 가장 큰 사고는 대우조선 소속 헬기로, 지난 2001년 악천후로 추락, 6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 헬기에는 김종진 동국제강 회장이 타고 있어 재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김 회장은 당시 사고로 사망했다.
이 사고 이후 그룹 총수 또는 오너 일가는 해당 기업 소속 헬기를 거의 타지 않는다. 헬기는 기동성 측면에서 뛰어나지만 기상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높은 편이다.
실제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23건의 헬기 사고가 발생, 20명이 사망했다. 1년에 2.3회꼴로 헬기 사고가 난 셈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는 그룹 소속 헬기를 거의 타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의 경우 당진제철소 건설 당시 보유 헬기를 이용, 공사현장을 종종 방문한 바 있다.
그룹 총수 대부분이 고령인 점도 헬기를 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그룹 총수들은 주로 제트기인 전용기를 이용, 지방공항으로 이동한 후 사업 현장까지는 승용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각 기업 주요 임직원들이 그룹 보유 헬기를 주로 이용한다. 초를 다투는 회의 등에 헬기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에 공장을 둔 기업들의 헬기 이용이 많은 편이다.
사고가 난 LG전자 소속 헬기도 최종 목적지는 전주 칠러(Chiller)공장이었다. 탑승 예정자 역시 안승권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 등 담당 임직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국내에 등록된 헬기는 모두 183대. 이 중 삼성과 현대자동차, LG, SK 등 국내 주요 기업이 보유한 헬기는 총 20대다.
주요 그룹별로는 항공업이 주력인 대한항공이 6대로 가장 많고, 삼성 5대(삼성테크윈 4대·삼성병원 1대), LG 2대, 포스코 2대, 현대차 2대, SK 1대, 대우조선해양 1대, 한화 1대 등이다.
이 중 SK텔레콤이 보유한 헬기는 지난 93년 6월 제작돼 국내 주요 기업이 보유한 헬기 중 가장 기령이 오래됐고, 한화케미칼이 보유한 헬기도 지난 97년 3월 제작돼 기령이 16년이나 됐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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