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시크' 까다로운 한국 태블릿시장 ‘혁신’으로 공략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한국레노버가 저가폰이 아닌 프리미엄 제품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나섰다.
강용남 한국레노버 대표는 14일 강남 역삼동 사옥에서 열린 신제품 '요가(Yoga) 태블릿' 발표회에서 기자와 만나 "(스마트폰 출시를 위해) 국내 이동통신사와 꾸준히 접촉하고 있지만 알뜰폰(MVNO)용 저가폰 공급은 일단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제품으로 태블릿PC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 처럼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계속 밀고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강 대표는 "그냥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우리가 저가폰을 판매하면 브랜드 이미지가 굳어지기 때문에 프리미엄 제품 이미지를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 LTE 스마트폰은 (프리미엄으로) 내놓을 제품이 있지만 좀 더 검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 1년간의 성과에 대해 "대표로 취임한 지 1년 1개월째를 맞아 그 동안 부끄럽지 않은 성장을 했다"고 자평했다. 지난 1년간 국내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높인 데다 글로벌 시장 1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레노버는 지난해 3분기 휴렛패커드(HP)를 제치고 세계 1위 PC업체로 우뚝 섰다.
비록 같은 해 4분기 바로 HP에 정상 자리를 내줬지만 미국 시장의 선전에 힘입어 올해 2분기에 선두를 탈환했고 3분기에도 역대 최고치인 글로벌 시장 점유율 17.7%로 수성에 성공했다. 스마트폰ㆍ태블릿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세계 PC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레노버는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레노버는 앞으로 1위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이미 주요 사업분야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 태블릿ㆍ스마트폰 출하량이 2개 분기 연속 PC 출하량을 앞질렀다. 태블릿 판매는 올해 3분기 230만대로 전년동기대비 421% 성장하며 애플ㆍ삼성ㆍ에이수스에 이어 점유율 4위를 기록했다. 이중 77%가 본토인 중국 외 지역에서 판매된 것이다.
강 대표는 "혁신적 제품을 만드는 역량이 애플과 삼성전자가 급성장한 이유이며 그 점에서 레노버는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고 해도 좋다"고 강조했다. 중국 등 개발도상국 시장에 저가 보급형을 판매하는 대신 선진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승부를 본다는 목표다. 기업용과 소비자용 태블릿 시장을 모두 공략하기 위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8 OS를 모두 아우르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PCㆍ노트북 시장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강 대표가 보는 국내시장의 특징은 '칩 시크(Cheap Chic)'로 요약된다. 가격이 싸면서도 성능 좋은 제품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레노버는 더욱 빨라지는 소비자 싸이클에 맞춰 다양한 라인업의 제품을 빠른 주기로 출시해 국내 시장의 '입맛'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강 대표는 "지난 1년간 국내에서 기업용과 소비자용 시장에서 모두 성장을 이뤘다"면서 "기업용 제품의 경우 정부추진 스마트스쿨 사업의 수주에 성공했고 온라인의 경우 오픈마켓에서 판매 1~2위를 다투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레노버는 지난달 삼성전자를 제치고 7억6000만원 규모인 세종시 스마트교육용 태블릿 공공납품 사업을 따냈다. 그 동안 공공부문 공략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섰던 것이 결실을 맺었다. 세종시 내 6개 초등학교에 레노버의 '씽크패드 태블릿2' 1400여대가 공급된다.
한편 레노버는 오는 18일부터 세 가지 멀티모드 디자인이 특징인 '요가 태블릿'을 국내 출시한다. 한주간 1000대를 G마켓을 통해 한정 판매하며 국내 총판을 맡고 있는 인스코를 통해 국내 온라인 유통망으로 판매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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