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교학사 교과서로 불거진 한국사 교과서 논란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현재 한국사 교과서는 8종의 검정(檢定) 교과서 체제로 발행되고 있는데 이것을 국정(國政)교과서 체제로 바꿔 단일화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 교과서를 분류하면 국정과 검정, 인정 등 세 가지로 나뉜다.국정교과서는 말 그대로 정부가 고시하는 과목에 한해 정부가 만드는 교과서다. 정부가 집필자를 선정해 발행ㆍ 감수를 도맡는 것이다. 초등학교 1,2학년 전체 과목이 대상이고 3∼6학년의 국어,수학,사회,도덕,과학 등이 해당된다.
반면에 검정교과서는 민간 출판사가 만들어 학교의 교과용 도서로 사용하기 적합하다는 합격 판정을 받은 교과서다. 저작권은 정부가 갖는다. 초등 3∼6학년 영어, 미술, 체육, 음악 등과 중고등학교 국어,사회(역사포함),도덕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인정교과서는 이들을 제외하고 정부의 인정을 받은 교과서 (시도교육감 위임)로서 학교별로는 자율적으로 선택해 수업을 할 수 있다.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전환하느냐 검정 체제를 유지하느냐는 매우 신중한 문제다. 그런데 현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정 전환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정홍원 총리는 "다양한 역사관이 있기 때문에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해서는 통일된 역사 교과서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국민적 국가적 통일성을 위해 역사교과서는 국정으로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정부측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검정,인정이 아닌 국정으로 발행하는 것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교조와 더불어 양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모적인 좌우이념 논쟁을 계속하느니 아예 국정교과서로 만들어서 논란을 만들지 말자는 주장이다.
교학사 교과서 논란을 보면서 국정 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역사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은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알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역사관을 기르는 데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정한 하나의 역사관을 학생들에게 주입하겠다는 발상은 굉장히 위험하다.역사관이 다양하다면 통일된 교과서는 타당하지 않다. 이미 1970년대에 유신을 거치면서 국사 과목은 이른바 '국책과목'이라고 해서 정권 홍보를 맡았던 적이 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는 1992년 국정교과서제도가 위헌은 아니지만 바람직한 제도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국사 교과서는 역사를 정확하고 올바르게 인식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논의의 초점은 여기에 모여야 된다. 논란이 된 교학사 교과서의 경우 편향성이 문제가 아니라 사실왜곡과 오류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국정전환이냐 검정유지냐가 본질이 아니다. 교육적 고려가 아니라 정치적 공세에 가깝게 접근해서는 편향성 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시비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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