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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책벌레의 비밀은 '노마드 독서법'

시계아이콘03분 58초 소요

[리더의 서재에서-윤승용의 '사람읽기' 인터뷰]이석연 책 권하는 사회운동본부 상임대표


#윤승용 논설고문의 '리더의 서재에서'를 연재합니다. CEO와 경제지식인들의 지적보고(知的寶庫)를 탐방해 깊이있는 성찰의 결과들을 함께 음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윤 고문은 언론사 기자 출신으로 국방홍보원장,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으며 저서 <언론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등을 출간했습니다.

영원한 아웃사이더, 대한민국 최고의 책벌레, 서울대 조국교수마저 보수진영의 존경할 만한 원칙론자라고 평가.


전 법제처장 이석연변호사는 이력으로만 보면 언뜻 고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지방출신, 중학졸업 6개월만에 고졸검정고시와 대입예비고사에 합격했지만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금산사에 입산해 20개월동안 동서양고전 300권을 독파한 후에야 하산. 지방대 졸업후 고시 양과 합격. 시민단체인 경실련 사무총장 역임.

여기까지는 노무현 대통령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그 이후 그는 노 대통령과는 반대로 보수진영에 몸을 담근다. 물론 본인은 자신을 보수주의자라기보다는 헌법적 가치를 최고의 선으로 여기는 원칙주의자라고 주장하지만. 이명박 정부들어 법제처장으로 입신했지만 국무회의에서 국가인권위 축소안에 반대하는 등 종종 정부방침에 반한 주장을 펴 내각내의 미스터 쓴소리로 통했다. 한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뉴라이트 후보로 출마를 도모하기도했던 이 변호사는 최근 <여행, 인생을 유혹하다>, <책, 인생을 사로잡다>라는 인문교양도서를 잇달아 출간하고 지난해 김을호 국민독서문화진흥회장,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작가 김홍신, 배우 안성기, 홍명보 축구감독 등과 '책권하는 사회운동본부'를 출범시켜 상임대표를 맡는 등 인문교양도서 보급운동에 앞장서는 등 새로운 삶을 열고 있다. 일체의 정치적 사안에 대한 질문을 받지 않는다는 전제아래 법전보다 동서양고전이 가득한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이력이 독특합니다. 중학교 졸업후 입산해 20개월동안 책속에 묻혀 지냈다면서요?
▲ 저는 태생적으로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식으로 살아왔어요. 부유하진 않지만 중농집안에서 자란 저는 중학 졸업전에 검정고시라는 제도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초, 중학교 시절 전교 1등을 빼놓지 않았던 저는 이말을 듣고 인생을 절약할 수 있는 이 제도에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지요. 부모님의 반대가 극심했으나 "경기고 떨어져 재수한 셈 치면 될 것 아니냐"고 우겨 도전했는데 6개월만에 고졸학력검정고시에 전과목 합격했지요. 그런데 친구들에 비해 2년이나 먼저 대학에 가는게 부담스러워 고향 근처의 금산사 심원암에 들어가 책 300권을 독파했습니다. 동서양 문학전집, 철학책, 역사서 등을 읽었지요. 마침 그때 30대 젊은 주지였던 월주 스님도 사귀었습니다. 처음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1년여가 지나자 이젠 무슨 일이든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우러나오더군요. 1년8개월만에 하산해 대학에 들어갔고 그 여세로 고시 양과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독서가 인생에서 매우 큰 영향을 주었겠네요?
▲그렇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어느날 불현듯 '이렇게 맛있고 놀랍고 기쁠 수 있는 일이 또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시공부도 그 때 독파한 책들의 도움으로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제가 그 이후 일종의 아웃사이더로 살아갈 수 있었던 용기도 바로 그때의 독서에서 얻은 내공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펴낸 <책, 인생을 사로잡다>를 보니 단순히 독서를 권유하는 책만은 아닌 것 같던데요.
▲그렇습니다. 제가 그 책의 부제목을 '이제 읽는 자가 지배한다! 책은 시대의 파도를 헤쳐 나가는 인생의 나침반이다. 책과 더불어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라'라고 붙였는데 바로 이 구절이 제가 주장하는 핵심입니다.


-이석연식 독서법이 화제던데 이것은 무엇입니까?
▲책에도 나와 있는데 한마디로 '노마드 독서법'입니다. 저는 독서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약하자면 유목민처럼 건너뛰고 겹쳐 읽고 다시보고 하기를 반복하라는 것입니다. 또한 읽기와 쓰기는 하나이므로 베껴 쓰고 다시 쓰고 고쳐 쓰고 외워야 합니다. 또한 개론서를 중시해야 합니다.


-개론서를 중시하자는게 독특한데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역사, 사회, 인간의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원칙이 필요한데 하나는 헤겔로 상징되듯이 전체를 크게 조망한 객관적인 틀이고 다른 하나는 각 개인을 역사의 단계나 사회의 부분이 아니라 개인 그 자체가 목적이며 하나의 완결된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사고입니다. 전체를 조망하는 틀과 완결된 세계의 구축이라는 키워드에 중점을 두고 이 두 가지를 모두 이해하기 위해서 개론서가 중요합니다. 다만 개론서라도 쉽게 믿지 말고 저자 소개와 서문을 꼼꼼히 읽어봐야하고, 일간지의 서평에서 거론됐거나 전문가가 추천한 개론서를 우선 읽는 게 좋습니다. 또 해당 분야의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구입 즉시 미루지 말고 일주일 내에 읽는 게 좋습니다.


-책은 어떻게 보십니까? 무척 바쁘실텐데.
▲바빠서 책을 못 읽는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합니다. 저는 어디를 가든 줄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지 말 것, 혼잡한 장소를 피할 것,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 약속시간보다 30분 먼저 도착할 것, 한 시간 먼저 일어날 것, 여행길에 책을 지참할 것 등의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또한 집안에서도 침대 머리맡과 화장실에도 책꽂이를 놓고 거실에서 TV를 치우고 서가를 설치하는 식으로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이번에 낸 여행관련 서적도 인기가 좋은 것 같던데요.
▲제법 팔리는 모양입니다. 제 책은 단순한 여행기라기 보다는 인문탐사기행기입니다. 제가 책에 썼듯이 '역사공부를 하지 않고 떠나는 것은 여행이 아닌 관광'입니다. 저는 공직에서 물러난 1994년부터 매년 두 번 가족들과 함께 여행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이를 실천해오고 있습니다.(그는 이 책에서 '여행의 진수는 완전한 자유에 있다'며 오스트리아와 스페인, 경수로 사업 현장이었던 함남 신포, 스리랑카, 미얀마, 파나마 등 중미, 북유럽, 미국 등을 둘러보며 자신의 인문학적 현학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특별히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도리스 컨스 굿윈이 지은 <권력의 조건>을 권하고 싶습니다. 퓰리처상을 받은 책으로 '라이벌까지 끌어안은 링컨의 포용리더십'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남북전쟁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미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링컨의 리더십을 조명한 책입니다. 현재 난마처럼 얽혀있는 국정을 풀어가는데 큰 참고가 될 것입니다.


-정치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시인 조지훈의 <지조론>과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입니다. 시류에 편승하는 불나방같은 정치인들이 설치는 요즘세태에 지조론은 죽비처럼 다가올 겁니다. 또한 임진왜란때 왜 조선이 왜군에게 처절하게 침탈을 당했는지를 묘파한 징비록을 보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정치인들이 어떤 자세로 복무해야하는 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책권하는사회운동본부'라는게 무엇하는 곳입니까?
▲우리나라는 OECD국가중 독서율이 최하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 10명중 4명은 1년에 1권도 읽지 않습니다. 평소 독서진흥에 관심을 갖던 분들과 함께 만들었는데 현재 1.2.3운동을 펴고 있습니다. 공동대표가 김홍신 작가 님 등 6인인데 이 6명이 매월 3권의 책을 가져와 1권은 청소년에게 기증하고 나머지 2권은 지인에게 전달합니다. 책을 받은 사람은 매월 13일에 또 다른 지인에게 3권의 책을 전달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데 대표단과 운영위원 106명이 전달을 시작하면 1년후 65만1264권의 책이 전국에 보급되는 시스템입니다.


(법률가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고고인류학자가 되었을 것이라는 이 변호사는 '역사와 기적은 창조되어진다'는 뜻의 조어인 '史奇創成'이라 쓰인 현액이 걸린 사무실에서 또 다른 인문학 저술을 준비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책갈피


평소에는 온 세상을 주름잡듯 큰소리 떵떵치던 지식인들이 막상 그 행동이 요구될 때는 움츠려들고 만다. 지식이 이런 것이라면 그게 뭐 대단하단 말인가? 용기있고 바람직한 행동은 이론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러한 작용은 신념에서만 나올 수 있다. 그런 신념은 따지고 쪼개는 분별의 지식에서가 아니라 무분별의 지혜에서 저절로 우러난다-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에서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추천도서


◆징비록<유성룡/이재호역/역사의 아침>임진왜란의 전과정을 서술한 책으로 역사를 공부해야할 절박한 이유를 제시함. 민족의 자존심을 짓밟힌 수모와 치욕의 역사가 더 이상 되풀이 되지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모두가 읽어야할 책.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김영수/왕의서재>사마천의 사기는 본기, 세가, 표, 서, 열전의 130편으로 된 방대한 저서. 사기 전편의 핵심적이고 교훈적인 부분을 체계적이고 흥미롭게 해석한 사기입문서.
◆예언자<칼릴 지브란/강은교 또는 김세인 번역판>영혼을 치료하는 잠언의 보고로서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식에게 부모가 반드시 사줘야할 책중의 하나로서 주저없이 추천하고 싶음.
◆낭만적인 고고학 산책<C.W. 체람/김해생번역>및 동방견문록<마르코 폴로/김호동 역주>아마추어와 아웃사이더들의 위대한 열정과 더불어 세계를 개척할 낭만, 모험, 도전의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책.
◆똑똑한 식스팩<이미도/디자인하우스>영화와 영어의 명문을 통해서 창조적 상상력을 디자인하게 함. 한국 대표 영화번역가인 작가의 독창적인 콘텐츠와 아이디어로 쉽고 재미있게 창의력과 힘을 자극하고 키워줌.


윤승용 논설위원 yoon6733@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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