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올 3분기 녹십자가 유한양행에 내줬던 제약업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누적 매출로는 유한양행과 1000억원 가량 격차가 나 올 연말 제약업계 새 왕관은 유한양행의 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녹십자가 2604억원(IFRS 연결 기준)의 매출을 올리며 유한양행(2217억원)을 눌렀다. 녹십자의 연결대상 자회사 실적 300억원(추정치)을 감안해도 녹십자가 1위다. 1~2분기 내내 유한양행에 뒤지다 독감백신 등 계절적 요인에 힘입어 역전을 시킨 것. 이어 한미약품 1862억원(IFRS 연결), 대웅제약 1733억원, 동아에스티 1513억원, 종근당 1265억원의 순이었다.
그러나 3분기까지 누적 매출로 보면 유한양행이 6734억원으로 여전히 1위다. 옛 동아제약이 회사 분할로 46년간 이어온 업계 1위 자리를 내놓자 발 빠르게 영업력을 강화한 덕분이다. 2위는 녹십자(약 5621억원)로 유한양행과 1000억원 차이로 뒤져있다. 따라서 올해 새로운 매출 1위 타이틀은 유한양행에 돌아갈 확률이 상당히 높다.
다만 제약업계 꿈의 숫자인 '매출 1조원' 달성은 내년으로 미뤄질 듯 하다. 유한양행이 공언했던 '연매출 1조원, 제약업계 1위'를 달성하려면 4분기에 3266억원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올해 분기당 2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것에 견줘 힘겨운 수치다. 남은 1분기 동안 유한양행이 '수입 의약품 판매대행 사업'의 덕을 얼마나 볼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유한양행은 수년간 다국적 제약사와 제휴를 맺고 '트라젠타'(당뇨), '비리어드'(B형 간염), '트윈스타'·'미카르디스'(고혈압) 등의 의약품을 도입·판매하며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녹십자는 올해 매출액 목표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예년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8000억원 중반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는 계절적 요인에 따른 독감백신 등의 매출의 영향을 받는다. 3분기에도 혈액제제 플랜트 태국 수출과 독감백신의 국내·외 실적이 반영되며 전기 대비 26.1%나 매출이 늘었는데, 이런 흐름은 4분까지 이어진다. 결국 유한양행의 판매대행 실적과 녹십자의 수출 실적이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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