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비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안도현 시인에 대해 법원이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의 ‘무죄’ 평결을 뒤집고 유죄로 결론 냈다.
전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은택)는 7일 오전 열린 선고공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씨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100만원에 선고유예 판결했다. 벌금 100만원은 양형기준상 최저형이다.
안 시인은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소장하고 있거나 도난에 관여됐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17차례 올려 허위사실을 공표하고 후보자를 비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안씨는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다.
안 의사의 유묵은 '恥惡衣惡食者 不足與議'(치악의악식자 부족여의, 궂은 옷 궂은 밥을 부끄러워하는 자는 더불어 의논할 수 없다)라는 글씨다.
재판부는 "안씨에게 허위 인식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안씨가 주장하는 대통령 후보 자격의 검증이라는 공익목적은 명목상 동기에 불과하고 박근혜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비방한 것이어서 법이 허용하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해 위법하다"며 후보자비방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안씨에 대해 '무죄' 평결했으나, 재판부는 "배심들의 판단과 재판부 견해가 일부 다르다"면서 선고를 미룬 바 있다.
현행법상 배심원들의 평결은 권고력 효력만 갖고 있어 재판부가 이를 따라야만 할(기속력) 법적 근거는 없다. 대법원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재판부가 배심원 평결을 따르도록 올해 초부터 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판결문의 3페이지가량을 배심원의 평결이 갖는 기속력에 대해 할애한 뒤 "유무죄에 대한 법적 평가 부분에 관한 배심원의 의견은 재판부를 기속할 수 없고, 양형 부분에 한하여 사실상 기속력을 가진다"고 밝혔다.
"법관의 직업적 양심"에서 안씨를 무죄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안씨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데서 실질적으로 배심원과 재판부의 의견이 양립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선고유예는 받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돼 유예기간 중 자격정지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되거나 전과가 발견되지 않는 한 앞선 유죄판결 선고도 없던 것으로 된다. 한편 안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할 뜻을 밝혔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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