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직원도 진술 뒤집거나 모르쇠 일관…'말맞추기' 의혹 제기
[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국가정보원의 대선 등 정치개입 사건이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 등으로 전환점을 맞은 이후 처음 열린 4일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심리전단 소속 직원이 검찰조사 당시의 진술을 번복하며 윗선의 지시를 부인했다. 이전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다른 국정원 직원들도 윗선의 지시를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해 '말맞추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원 전 원장에 대한 재판에서 관건은 국정원 직원들의 인터넷·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전반에 원 전 원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다. 국정원 직원들의 일련의 활동이 수뇌부 지시에 따른 조직적 행동인지 아닌지가 재판에 넘겨진 원 전 원장 등의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추가로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원 전 원장과 함께 재판을 받게 됐고, 공소장 변경으로 재판부가 국정원 직원들의 인터넷 게시판 댓글활동 등에 더해 트위터 활동까지 심리하게 되면서 향후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4일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황모씨가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 황씨는 검찰 조사 시 업무 매뉴얼을 이메일로 받았다고 진술했으나 이날 법정에서는 "다른 이메일로 착각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검찰 조사 당시 위축되고 긴장된 상태여서 잘못 진술했다"고 말했다. 업무 매뉴얼은 청사 인근 카페 출입을 최소화하고 CCTV와 먼 위치에서 작업을 하며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 흔적을 남기는 행위를 최소화하라는 등의 내용이다.
황씨의 이 같은 진술에 재판부는 의문을 표했다. 재판부는 "이메일로 받아서 읽어봤다고까지 말했는데, 받은 경위를 착각한 것이 아니라 읽은 적도 없는 업무 매뉴얼을 착각해 말했다는 점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황씨는 또한 자신이 인터넷 커뮤니티 '82쿡' 게시판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 글을 작성한 것 등에 대해서도 윗선의 지시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검찰이 "시달된 이슈 및 논지에 따라 작성한 것이냐"고 묻자 "그와 무관하게 내 생각을 쓴 것"이라고 답했다. 황씨는 지난해 9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가 SBS '힐링캠프'에 출연했을 때 "과거지사를 다 떠나 순수한 애국심으로 대권을 노리는 거라면 정정당당히 승부를 겨룰 자격이 충분하다"는 글을 남겼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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