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삼성전자가 메디슨 인수 3년만에 디지털 엑스레이로 미국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한다. 삼성전자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증을 받은 의료기기가 미국 시장에 선보이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5일 디지털진단방사선촬영장치(DR, 디지털엑스레이) 'XGEO GC80'을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지난 2012년 개발된 이 제품은 촬영 빈도수가 높은 중대형 병원을 타깃으로 개발된 제품이다. DR 장비는 GE, 필립스, 지멘스 등 의료기기 빅3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소형 DR 장비를 내세워 국내와 아프리카 등 빅3의 영향력이 적은 틈새시장 공략에 주력해 왔지만 전략을 바꿔 이들 빅3와 정면 승부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자사 의료기기 중 최초로 XGEO GC80의 FDA 인증을 받았다. 의료기기 시장에서 FDA 인증은 까다롭기로 정평나 있다. 때문에 미국내 의료기기 빅3를 제외하곤 대부분 유럽 등지의 인증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빅3와 정면 승부를 하기 위해서는 FDA 인증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XGEO GC80은 삼성전자 의료기기 중 처음으로 FDA 인증을 받고 빅3 업체와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5대 신수종 사업 중 의료기기 사업은 가장 먼저 사업화에 나섰지만 그동안 큰 성과가 없었다. 처음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노렸지만 일본, 아프리카 등 일부 지역에 소형 제품들을 출시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대형 의료장비의 경우 후발주자가 쉽게 들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미국 의료기기 전시회에 초음파 진단기를 비롯해 디지털엑스레이, 이동식 CT 등을 선보이며 자신감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메디슨을 비롯해 프로소닉, 넥서스, 레이, 뉴로로지카 등 의료기기 전문 업체 인수합병(M&A) 효과도 본격화 되기 시작했다.
XGEO GC80은 동급 제품 대비 방사선량을 낮추고 영상의 질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DR 장비의 경우 방사선량이 많을 수록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지만 환자의 몸에는 좋지 않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자사의 디지털 이미지 처리 기술을 활용해 촬영된 이미지의 명암과 선명도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해 GC80에 적용했다.
로봇 기술이 적용된 '소프트 핸들링'은 엑스레이 사용자인 방사선사들이 손쉽게 기기를 작동할 수 있게 해준다. 자주 사용하는 환자 포지션을 기억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해 병원 관계자들의 사용 편의성도 획기적으로 높였다.
디자인 부문에선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iF에서 DR 장비 최초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갤럭시탭을 통해 진료실 외부에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삼성 MoVue'도 제공된다. 병원에 설치된 DR 장비의 이상유무를 실시간으로 감지, 관리할 수 있는 '원격관리시스템(RMS)'를 구축하는 것도 특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진단용 의료기기 시장에서 디지털 이미지 처리기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후발주자지만 이미지 처리 기술만큼은 빅3 의료기기 업체보다 우위에 있어 향후 의료기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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