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지각' 출범했다. 위원장은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맡는다.
하지만 출범 당일 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으로 뽑힌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과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이 위원회 구성에 반대한다며 불참을 선언해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 15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의 관리 방안에 대한 국민 의견수렴 절차인 공론화를 주관하는 기구다. 위원회는 인문사회ㆍ기술공학 분야 전문가 7명과 원전 지역 대표 5명, 시민사회단체 대표 3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시민사회단체 대표 2명이 탈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다.
양이 처장과 윤 처장은 이날 공론화위원회 출범에 앞서 성명서를 내고 "위원회 출범 하루 전에야 확인된 명단을 보면 산업부와 원자력 산업계와의 연관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위원회에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고자 한 것은 환경단체의 부족함을 사회적으로 신뢰받는 위원들이 채워 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현재 구성된 위원들은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 불편부당하게 국민의 의견을 모으리라는 믿음을 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홍두승 교수가 위원장으로 선출된 데 대해 크게 반발했다. 홍 위원장이 2005년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 위원 겸 여론조사소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라는 이유에서다.
양이 처장은 "방폐장 부지 선정 위원회가 부지 조사 결과를 은폐 왜곡하며 암반 문제가 제기된 경주로 밀어붙였다"면서 "홍 교수도 당시 부지선정위원으로서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부는 환경단체 대표 2명의 공론화위원회 참여 철회에 대한 입장을 즉각 내고 "15명의 공론화 위원 중 8명을 해당 기관 추천을 통해 선정했고 7명의 인문ㆍ기술 분야 전문가는 중립적인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선정했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는 관여하지 않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구성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향후에도 환경단체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원전 지역, 민간단체, 국회, 전문가 등과 50여회 이상의 설명 및 간담회ㆍ토론회를 갖고 9개월의 의견수렴 끝에 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하지만 위원 선정 과정에서 진통을 겪으면서 당초 위원회 출범 시기보다 수개월이 지연됐다.
위원회는 향후 공공토론, 공론조사 등 다양한 공론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논의 결과는 내년 말까지 정부에 권고할 예정이다.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는 매년 700t 이상으로, 현재 각 원전 내에 임시로 저장돼 있다.
하지만 임시 저장 시설이 2016년부터 포화가 예상돼 관리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우선 시설 확충 등을 통해 최초 포화시기를 2024년으로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사용후핵연료는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해 안전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미래 세대를 위해 현 세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그러나 과거에도 겪었듯이 사용후핵연료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공감대 형성 없이 부지 확보를 추진할 경우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는 국민적 공감대하에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침을 수립하기로 한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론화는 말 그대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일 뿐 부지를 선정하는 절차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만간 국무조정실을 주관으로 하는 범부처협의체를 발족할 계획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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