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르 세리 베가완(브루나이)=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사랑으로'라는 글귀가 적힌 디지털피아노 반주를 통해 귀에 익은 '졸업식 노래'의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이어 조금은 서툰 한국말로 '아리랑'과 '고향의 봄'이 울려퍼졌다. 졸업장 수여와 송사, 답사에 이어 진행된 졸업식 노래 합창 등 우리의 졸업식 문화가 그대로 재연된 곳은 동남아시아의 브루나이였다.
28일 오전 브루나이의 수도 반다르 세리 베가완에 위치한 제루동 국제학교 예술관에서 열린 한국식 졸업식은 브루나이 정부가 마련했다. 부영그룹이 2011년부터 한국의 '졸업식 노래'와 '고향의 봄' 등이 담긴 디지털피아노 440대를 기증한 데 대한 답례였다.
이날 졸업식에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72·사진)를 비롯해 한승수 전 국무총리, 최병구 주 브루나이 한국대사, 페힌 하지 아부 바카르 브루나이 교육부 장관, 150여명의 졸업생과 학부모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아·태지역 국가 어린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교육관련 기증사업을 펼쳐왔다"면서 "졸업생들이 지구촌 미래를 이끌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길 기원하며 브루나이와의 우호증진과 문화교류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페힌 하지 아부 바카르 브루나이 교육부장관도 축사에서 "모든 학교들이 피아노를 전달받고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에게 더 다양하고 강화된 배움을 제공할 수 있으며 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04년부터 아·태지역에 디지털피아노와 학교건립 등 교육 관련 기증사업을 펼쳐 왔다. 이후 이들 지역에 졸업식 문화가 없다는 것을 알고 각국 정부에 한국식 졸업식 행사를 제안했다. 동남아시아에서 불고 있는 '한류 졸업식'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부영그룹은 현재까지 아·태지역 14개국에 초등학교 600여개를 무상으로 지어주고 디지털피아노 6만여대, 교육용 칠판 60만여개를 기부하는 등 교육 기자재 기부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케냐,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지역으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하사날 볼키아 국왕재단의 글로벌리더 초빙강사로 브루나이에 온 한승수 전 국무총리 내외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한 전 총리는 오는 29일 브루나이 인터내셔널 컨벤션센터에서 국왕 친인척과 부처 장관, 각국 주재대사, 대학생 등 3000여명을 대상으로 '한국경제의 고속성장 배경'을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