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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서 느끼는 전통의 고즈넉함, '북촌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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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서 느끼는 전통의 고즈넉함, '북촌 한옥마을' 가회동 31번지에 위치한 꼭두박물관 분관 '꼭두랑 한옥' 마당에서 하늘을 바라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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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 북촌로를 따라 올라가다 서쪽으로 난 북촌로 11가길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고즈넉한 정취를 지닌 한옥들이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맞이한다. 양옆에 한옥들이 늘어선 가회동 31번지 언덕에서 남쪽을 내려다보면 한옥 지붕과 처마끝 사이로 펼쳐지는 빼곡한 고층 건물들이 장관이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다소 쌀쌀한 날씨에 북촌에서는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한옥의 생김새 하나하나를 음미하고 있었다. 도심 속 북촌은 서울의 그 어떤 곳보다 우리 전통의 멋과 정취에 흠뻑 빠져볼 수 있는 공간이다.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이름에서 붙여진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배산임수라는 최적의 지리적 조건까지 갖춰 북촌은 조선시대 권문세가와 왕족, 사대부 양반들의 거주지였다. 이들이 북촌에서 가진 땅의 면적과 한옥 수는 상당했지만 한일합방 후 국가로부터 녹봉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일제강점기에 등장한 주택경영회사들에게 팔아 넘길 수밖에 없었다. 서울의 주택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주택경영회사들은 북촌의 땅을 사들여 집단적 한옥주거지를 짓기 시작했다.


서울 도심에서 느끼는 전통의 고즈넉함, '북촌 한옥마을' 가회동 31번지 언덕에서 바라본 한옥의 풍경과 멀리 보이는 서울 도심.

이때 생겨난 한옥주거지들이 바로 현재 북촌의 대표적 한옥밀집지역인 가회동 31번지, 11번지, 삼청동 35번지 일대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 지역 한옥들은 전통한옥과는 다른 모습이다. 대규모 한옥이 아닌 소규모이며, 마당을 중심으로 안채와 사랑채가 에워싸는 ㄷ자, ㅁ자 구조로 배치돼 있다. 또는 전통한옥에는 없는 유리창이나 타일, 보일러, 철제 대문 등이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강점기 이후 도입된 서양 주거 양식이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도입됐기 때문이었다.


이후 한옥마을만의 전통미와 경관을 유지하는 일은 많은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196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시작된 강남개발로 인해 경기고, 휘문고 등의 북촌 소재 학교들이 강남으로 이전했고 그 자리에 현대건설사옥, 헌법재판소 등이 들어서며 북촌의 경관은 변했다. 결국 1980년대 들어서 한옥 보존 정책이 시작됐지만 한옥을 문화재처럼 엄격히 규제하거나 북촌길을 만든다며 오히려 한옥을 철거하는 등 '주민들이 빠진' 행정 주도의 권위적 정책이 시행됐다. 1990년대에는 주민들의 요구로 건축기준이 완화돼 오히려 한옥이 아닌 4~5층짜리 다세대 주택 신축이 증가하기도 했다.


서울 도심에서 느끼는 전통의 고즈넉함, '북촌 한옥마을' 북촌 한옥마을 골목 사이에 위치한 현대식 다세대 주택 건물.


2000년대에 들어서 주민들은 정부의 일방적 규제보다 자발적 의사에 기초하는 정책을 요구했다. 정부는 강제가 아닌 자율적 한옥등록제를 시행해 등록하면 한옥의 개·보수나 신축 시 자금을 지원하고 재산세도 면제했다. 공동 정화조와 주차장 등의 주민생활편의시설도 확충해 주민들 스스로 한옥을 보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화됐다. 서울시는 조선 말기 탁지부 재무관을 지낸 민형기의 자택을 2002년 매입해 개보수한 후 지금의 북촌문화센터를 개관하기도 했다.


서울 도심에서 느끼는 전통의 고즈넉함, '북촌 한옥마을' 가회동 31번지에 위치한 꼭두박물관 분관 '꼭두랑 한옥'을 체험하는 관광객들.


단순히 한옥을 유지하는 것에서 벗어나 한옥 속에서 전통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북촌 한옥마을 구석구석 존재하는 게스트하우스는 외국인뿐만 한국인에게도 인기다. 지방에서 자녀를 데리고 서울을 방문한 김경희(39)씨는 "한옥 체험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호텔보다 숙박비도 저렴하고 딸에게도 교육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아 북촌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 머물게 됐다"고 말했다. 북촌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옥체험살이관은 40여개가 넘는다. 이 중 만해 한용운 선생이 머물던 계동 43번지 '만해당'은 한옥을 체험하고 숙박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한용운 선생이 1916년 불교잡지 '유심(惟心)'을 발간한 이곳을 문화재청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동양화의 거목 배렴 화백이 살았던 터도 옛 생활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게 게스트하우스로 지어져 인기가 많다.


가회동 11번지 일대의 공방 골목에서는 한옥 지붕 아래 매듭·자수·옻칠·화문석 등 전통 공예품과 복식 유물들을 체험할 수 있다. 서울시가 북촌 한옥들을 매입해 장인들에게 공방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임대를 해 준 것이 이러한 공방 골목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종로구청이 운영하는 북촌전통공예체험관도 있다. 학생들과 일반인들은 이 곳을 찾아 한옥에 머물며 전통공예를 체험할 수 있다.


물론 북촌 한옥마을엔 전통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곳곳에 현대 대중 문화와 해외 문화가 스며들어 있다. 계동길 북쪽에 위치한 중앙중·고등학교는 유럽 건축양식으로 지어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한류 열풍의 주역인 드라마 '겨울연가'가 이 학교에서 촬영돼 드라마 주인공 배용준 씨의 일본팬들이 아주 많이 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학교 대문 밖에는 연예인들의 사진과 기념품들을 파는 가게가 늘어서 있고 계동길에는 카페와 악세서리를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서 있다. 풍문여고에서 정독도서관으로 올라가는 율곡로3길 주변에도 레스토랑과 카페, 갤러리 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로 인해 북촌만의 전통 경관이 훼손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또한 북촌 곳곳에 위치한 한옥체험관과 공방들을 들어설 때마다 매번 '입장료'를 요구하는 곳이 많아 방문객들이 온전히 북촌의 문화를 즐기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홍순우 종로구 북촌 해설사는 "한옥과는 이질적인 가게들이 북촌 곳곳에 있는 것도 문제지만 입장료를 내지 않은 사람들에겐 굳게 문을 걸어잠근 채 운영하는 한옥들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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