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민주당 의원, 기록 분석 결과 '엿본 정황' 포착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신한은행이 지난 2010년 야당 의원들을 포함한 정관계 주요 인사 20여명의 고객정보 수천건을 무단으로 조회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행장은 이백순 행장으로 고객 정보를 무단 조회한 시기는 이른바 '신한사태'(2010년 9월)가 불거지기 전이다. 신한은행의 무단 계좌조회는 2010년 4월부터 9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벌어졌다.
17일 민주당 김기식 의원이 신한은행의 고객종합정보 조회기록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 경영감사부와 검사부 직원들은 2010년 4월부터 9월까지 매월 약 20만 건의 고객정보를 조회했다. 이 가운데는 박지원, 정동영, 박영선, 박병석, 정세균 등 야당 의원들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김종빈 전 검찰총장 등 고위 관료가 포함돼 있다.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을 포함한 내부 인사들에 대한 계좌 정보 조회도 이뤄졌다. 이들에 대한 정보조회는 해당 인사들의 동의 없이 이뤄졌다.
정보조회가 이뤄진 시기도 의혹을 낳고 있다. 당시 민주당은 박지원 의원을 중심으로 '영포게이트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의 50억원 비자금 의혹 등을 조사하고 있었다. 이어 같은 해 9월 신한은행이 신상훈 전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행장 등을 둘러싼 이른바 '신한사태'가 불거졌다. 시기로 볼 때 특정 의도를 가진 정보조회가 암암리에 이뤄졌다는 해석도 가능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해 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정보법 위반이냐 아니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형태가 될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정당한 조회인지 불법조회인지 다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식 의원은 금융감독원이 이 시기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조회내역에 대한 두 차례 종합감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신한은행은 또 다시 불거진 고객정보 무단조회 논란에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경영감사부와 검사부 등 해당 부서에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진위 여부가 파악되는 대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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