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우리 병원이 아시아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3~4개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앞으로 5년 후에는 질로 승부하겠다."
승기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장은 15일 서울 반포동 본관에서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고난도의 특정 분야가 병원을 이끌어가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내실화를 꾀하겠다는 얘기다.
이런 생각은 앞으로 몸집 키우기에만 몰두해선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데서 출발했다. 승 병원장은 "그동안 우리나라 병원은 방만 경영을 하며 대형화에 중점을 뒀지만 보장성 강화, 저성장 등으로 어려운 의료 환경에 처해있다"며 "이런 위기 상황에서 조직을 탄탄하게하고 내실화하는 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의 생존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5년, 10년 후 더 큰 목표를 가지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1등할 수 있는 과가 무엇일까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성모병원은 이미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특기'가 있다. 얼마 전 아시아 최초로 5000례를 달성한 조혈모세포이식(BMT)센터를 비롯해 안과, 심뇌혈관, 일부 암, 장기·골수·콩팥이식 등을 잘한다고 소문나있다. 백화점식 나열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병원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승 병원장은 "앞으로 대학병원은 고난도 치료를 하고 나머지는 개인·중소병원으로 나뉘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 병원이 잘하는 분야에 적극 투자해 2등과의 격차를 벌여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성모병원의 병상 수는 1340병상. 특성화병원으로 탈바꿈하기 '적당한' 병상 수라고 승 병원장은 판단했다.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등 다른 '빅5' 병원과의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핵심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대학병원이 안고 있는 문제는 고비용 저효율인데 앞으로 집중화·특성화를 거쳐 저비용 고효율로 가게 될 것"이라면서 "특성화돼 있는 미국 사례를 보면 평균 1000병상이 안 된다. 우리나라처럼 2600병상이 되면 특성화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인 비전 외에 서울성모병원 내부적으로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각 파트별로 경비를 10% 줄이자는 운동이다. 승 병원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긴축정책을 하면서도 인력 재배치, 지원 등을 통해 잘 하고 있는 분야를 더욱 키워나갈 것"이라며 "내실있는 운영을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글로벌 리딩 병원'으로 도약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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