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오늘만은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초구부터 전력투구했다.”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승리를 거머쥔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비결은 ‘초반 실점 징크스’ 극복이었다. 1회부터 전력투구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타선의 기선을 제압했다.
류현진은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 선발투수로 등판, 7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1개만을 허용하며 무실점 쾌투를 선보였다. 삼진 4개를 곁들이며 팀의 3대 0 승리를 견인, 한국인 빅리거 최초로 포스트시즌 승리를 따냈다.
팀의 1, 2차전 패배로 더해진 심리적 부담에도 류현진은 초반부터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최고 구속 95마일의 빠른 패스트볼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을 효과적으로 구사했다. 그 덕에 4회까지 노히트 행진을 거듭했고, 교체 전까지 상대에 3루 진루를 한 차례도 내주지 않았다.
경기 뒤 류현진은 “그간 치렀던 2008 베이징올림픽 결승,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 한국시리즈 등에서와 비슷한 긴장을 하고 던졌다. 경기 내내 전력투구를 했고 초반 실점을 내주지 않아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늘만은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지금)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 7일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의 부진이 보약이 됐다. 류현진은 당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타선에 3이닝 동안 안타 6개를 맞으며 4실점했다. 8일만의 등판에서 전혀 다른 경기 내용을 뽐낸 그는 “아무래도 그때 초반 3이닝에서 무너졌기 때문에 이번엔 초반을 조심하자고 했는데 그걸 잘 넘긴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불펜에서 몸을 풀 때부터 컨디션이 좋았다. 패스트볼에 힘이 있었다. 지난번에 초반 난타를 당해 초구부터 강하게 던진단 생각뿐이었다”고 복기했다.
류현진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팀 불펜에 여유를 불어넣었다. 1사에서 야디어 몰리나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큰 위기를 맞진 않았다. 마운드를 방문한 돈 매팅리 감독의 격려에 애덤스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화답했다. 볼 카운트 1-2에서 바깥쪽 높은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류현진은 “매팅리 감독이 찾아왔을 때도 컨디션이 괜찮았다. 힘이 남아돈다고 말했더니 한 타자만 더 상대하라고 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막았다”고 말했다.
한편 류현진의 무실점 호투로 챔피언십시리즈 첫 승을 거둔 다저스는 4차전에서 리키 놀라스코를 앞세워 연승을 노린다. 세인트루이스는 올 시즌 15승(10패)을 챙긴 랜스 린으로 맞불을 놓는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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