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동양증권에서 판매한 동양그룹 계열사 채권,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고 동양증권과 금융당국을 규탄했다. 지난 3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가진 이후 두 번째 집회다.
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는 동양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울산·청주·인천·창원 등 전국에서 모인 개인 투자자 2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집결해 항의 시위를 벌였다. 각 지역별로 모인 시위 참가자들은 '동양사기'라 써 있는 피켓을 들고 "불완전 판매가 아니라 사기판매"라는 구호를 외쳤다.
사회자로 나선 이경섭 동양채권자 비대위 대표는 "동양사태는 사실상 금융당국의 묵인하에 기업이 서민을 상대로 금융사기를 친 것이나 다름없다"며 "금융당국은 이들의 사기행위를 그대로 방치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동양의 대국민 사기극을 즉각 엄벌하라', '경영진의 꼼수를 금감원은 처벌하라', '금감원의 직무유기 책임져라', '현재현을 구속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석했다.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오열이 터져 나오며 '우리는 투기꾼이 아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성민철(27· 남)씨는 "어머니께서 동양 투자로 피해를 본 뒤 충격으로 쓰러지셔서 대신 나오게 됐다"며 "사태 해결을 위해 국가가 빨리 개입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자는 "은행이자보다 조금 더 준다고 하길래 돈을 넣었을 뿐 실상 아무것도 모르고 돈을 맡겼다"며 "적어도 이 상품에 이러한 위험성이 있다고 알려줬다면 누가 돈을 맡겼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는 시위장 곳곳에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위임장을 나눠주고 계약서, 잔고증명서 제출을 독려하기도 했다. 또한 시위에 참여한 투자자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다. 3000만원가량 투자를 했다는 문모씨는 "저번 3일에도 집회가 있었지만 이 정도 대규모로 모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상호 간에 정보, 증거 공유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라 함께 번호를 교환하고 녹취록 등 증거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감원 주변에는 경찰 9개 중대 700여명과 경찰차 10여대가 폴리스라인을 구축해 시위대의 출입을 막았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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