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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대우건설 매각' 정보 이용 혐의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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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증인 기옥 금호터미널 대표 "보고 없었다" 진술…검찰, 미공개정보 이용 입증 고민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게 대우건설 매각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기옥 금호터미널 대표가 "사전에 직접 보고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당시 기 대표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기 대표는 지난 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김기영)에서 열린 박 회장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전에 직접 보고한 적 없고, 관련 내용을 담은 서류를 박 회장 책상 위에 놓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그는 "(미공개 정보를) 박 회장이 알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미공개된 정보를 이용해 금호산업 주식을 매각, 주가하락에 대한 손실을 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공개 정보란 2009년 6월 산업은행과 맺은 약정서 내용 중 '플랜B'로 분류된 대우건설 매각건이다.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해 대우건설을 정상화시키고자 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이른바 '플랜A'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을 미리 알고 박 회장이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해 손실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당시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 후 유동성 위기를 맞이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대(對)산업은행 재무구조 개선약정과 함께, 대우건설에 대한 새로운 투자자 물색 계획을 담은 플랜A,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사모펀드(PEF)에 대우건설을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플랜B 등을 이사회 안건에 올려 2009년 6월11일 의결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금호석유화학 이사회 소집 및 의결 과정에서 박 회장이 관련 내용을 비공식적으로 습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회장에게 보고 없이 이사회 소집이 이뤄질 수 없고, 박 회장이 평소 핵심보고 라인을 통해 상시적으로 그룹 현안을 챙겨왔다는 정황을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은 관련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관련 건을 보고하기 위해 핵심 보고라인인 기 사장과 그룹 소속 이모 전무가 2~3차례 시도했지만 당시 박 회장은 '보고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전달했고, 기 대표가 책상 위에 놓았다는 서류 역시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정보 습득이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주장의 또 다른 근거로 변호인 측은 박 회장이 2008년 10월부터 그룹에서 진행되는 각종 회의에 모두 불참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실제 대우건설ㆍ대한통운 인수 반대의사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수차례 전달했지만 거절당한 박찬구 회장은 이후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모든 회의에 불참, 그룹과의 대화를 단절시켰다.


한편 박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독립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2009년 6월12일 금호아시아나그룹 형제가 맺은 '공동경영합의'를 해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서를 3 가계(박삼구ㆍ재영ㆍ철완)에 보냈고, 이후 18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총 106만2454주의 금호산업 지분을 180억원에 매각, 금호석유화학 지분 105만2780주를 매입했다.


금호산업 주식 매각 및 금호석유화학 주식 매입 배경에 대해 변호인단은 "'부실경영한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데 대우건설, 대한통운 인수에 반대했던 금호석유화학이 책임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던 평소 박 회장의 발언과 일맥상통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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