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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아티스트로의 진화'를 선언하다(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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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아티스트로의 진화'를 선언하다(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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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금준 기자]'3단 고음'은 없다. 하지만 그 이상의 노력이 느껴진다. 바로 아이유의 새 앨범 '모던 타임즈(Modern Times)' 이야기다.

8일 0시 전격 공개된 아이유의 정규 3집 '모던 타임즈'는 '음악적 성장을 통한 성숙'이라는 테마로 모던함과 빈티지한 감성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음악들이 함뿍 담겼다. 9개월의 제작기간 동안 색깔 있는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 것은 물론 스윙, 재즈, 보사노바, 라틴팝, 포크 등의 다양한 음악들이 탄생했다.


특히 아이유는 이번 앨범에서 2곡의 작곡과 4곡의 작사 참여를 통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외형적으로도 '프렌치 블랙(French Black)'을 콘셉트로 한 낯설지만 과감한 변화에 도전했다.

'소녀 아이유'를 기억하는 대중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에스닉하면서 동시에 대중적인 감각까지 함께 담아낸 음악들로 채워진 탄탄한 앨범 구성은 외형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성장하고 있는 아이유의 현재 모습을 확인시켜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첫 번째 트랙부터 빈티지한 기타 사운드가 귓가를 자극한다. 벨기에 출신 재즈 기타리스트 장고 라인하르트가 창안한 '을의 연애'는 경쾌한 리듬과 낭만적인 집시 기타 멜로디 위에, 즉흥성이 가미된 아이유의 자유로운 보컬이 인상적이다. 국내 최정상 집시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화려한 연주와 밀고 당기는 연인들의 긴장감을 표현한 아이유가 직접 쓴 가사가 듣는 재미를 더한다.


아이유, '아티스트로의 진화'를 선언하다(리뷰)


이번에는 라틴 재즈다. 이어지는 트랙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신-구 전자음악계를 대표하는 뮤지션인 윤상과 east4A의 합작으로 아이유와 가인의 만남이라는 색다른 조합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라틴 재즈 풍의 스윙 템포는 묘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러한 텐션은 '입술 사이(50cm)'에서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슬로우 템포의 마이너 선율에 수줍음과 야릇함을 동시에 머금은 아이유의 보컬이 더해져 농염한 느낌을 자아낸다.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아이유의 입술 모양이 보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타이틀 '분홍신'은 빅밴드 스윙 사운드를 기반으로 클래시컬하고 빈티지한 요소가 돋보이는 곡이다. 안데르센 동화 '빨간구두(The Red Shoes)'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이 곡은 토야마 카즈히코의 지휘 아래 일본 현지에서 최고의 빅밴드 멤버들이 임프로바이즈 녹음을 진행해 '날 것'의 매력을 담아냈다.


찰리 채플린 주연의 동명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모던 타임즈'는 행진곡 풍의 리듬에 즉흥적으로 연주를 더하는 딕시랜드 스타일을 차용했다. 우쿨렐레, 튜바, 피아노, 어쿠스틱 베이스 등의 조합이 경쾌하고 빈티지한 질감의 사운드를 구현해냈다.


'오블리비아테(Obliviate)'는 좋은 기억만 남겨두고 나쁜 기억은 지우는 주문을 담은 노래다. 속도감 넘치는 보사노바 리듬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틱한 전개가 돋보인다는 평. 아이유는 작곡가 G.고릴라가 의도한 '아픈 기억을 지우고픈 집시 여인의 마음'을 강렬하고 다이내믹한 보컬로 소화했다.


아이유, '아티스트로의 진화'를 선언하다(리뷰)


최백호가 참여한 '아이야 나랑 걷자'. 긴장감 넘치는 화성 진행과 유려한 현악기 선율 위에, 인생을 관조하는 듯한 최백호의 보컬과 소녀의 속삭임 같은 아이유의 보컬이 만나 멋진 하모니를 이룬다.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연주는 두 사람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완성도를 높였다.


이어지는 '하바나(Havana)'는 쿠바의 수도에서 보내는 연인과의 달콤한 한 때를 상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라틴 재즈와 삼바 리듬이 주조해내는 상큼하고 경쾌한 분위기가 담백하고 성숙한 아이유의 보컬을 만나 묘한 매력을 선사한다. 선우정아가 포르투갈어 코러스도 감상 포인트다.


아이유와 종현이 많은 대화를 나누며 작업한 어쿠스틱팝 '우울시계'는 누구나 느껴봤을 법한 하루를 마치고 난 후의 지친 일상에 대한 우울한 감정들, 그리고 내일은 더 좋을 거라는 희망이 교차하는 곡이다. 미니멀한 악기 구성에 시계 소리나 하품, 휘파람 등의 일상적인 사운드를 삽입한 것도 인상적이다.


'한낮의 꿈'은 양희은이 처음으로 후배 가수와 입을 맞춘 포크 넘버. 나일론 기타와 현악 4중주의 따뜻하고 심플한 사운드는 세대를 뛰어 넘어 목소리를 맞춘 양희은과 아이유를 만나 귓가를 자극한다.


아이유, '아티스트로의 진화'를 선언하다(리뷰)


'기다려'는 앨범의 아웃트로에 해당하는 일렉트로니카 라운지곡이다. 화려한 드럼 연주가 이어지다 자신 안의 또 다른 모습을 꺼내어보는 가사가 곁들여져 앨범 전체를 감싸 안는다.


마지막 트랙은 아이유의 자작곡 '보이스 메일(Voice Mail)'이다. 올 초 발매된 일본 미니앨범 '캔 유 히어 미(Can U Hear Me?)'을 통해 먼저 공개됐으며 한국어 버전으로 새롭게 편곡하고 녹음해 보너스 트랙이다. 첫 소절부터 마지막까지 실제 음성 메시지가 녹음되는 듯한 독특한 설정이 눈에 띈다.


아이유는 '모던 타임즈'를 통해 새로운 진화를 선언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껍질을 완전히 깨지는 못한듯하다. 데뷔 시절부터 줄곧 그를 따라다닌 '나이에 비해'라는 말은 이번 앨범에도 여전히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유는 '3단 고음'에 가려져 있던 '뮤지션 아이유'의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줬다. 그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이유의 세 번째 정규 앨범 '모던 타임즈'는 '완성형'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유의 땀방울이 녹아있다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이금준 기자 music@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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