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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中·日 '재계 핫라인'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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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실패·검찰조사…최악의 재계 오너십 유고 사태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 국내 재계와 미국·중국·일본 재계 간 민간 대화 채널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에서 국내를 대표하는 재계 총수는 각각 한미 재계회의 위원장, 한중우호협회장, 한일경제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들 총수가 그룹의 유동성 위기, 검찰 조사 등으로 양국 간 재계 민간대화채널에 적극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각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이들 재계 총수가 궁지에 몰리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도 부정적으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이들의 공백이나 제한적인 활동으로 재계 간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양국 재계 간 협력 약화가 최대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최근 4년여간 맡아 온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미 재계회의 위원장직에 대한 사의를 표명했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그룹을 정상화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평소 영어에 능통한 현 회장은 2009년 11월 전경련의 위촉을 받아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한미 재계회의를 주재해 왔다.


현 회장은 한미 재계회의 미국 측 위원장인 폴 제이컵스 퀄컴 회장과 인연이 깊다. 한미 재계회의가 미국 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진행되는 만큼 미국 측 재계 인사들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재계는 현 회장의 부재가 양국 간 FTA 활성화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한미 FTA 국회 비준 촉구, 한미 입국 비자 면제 협정 등을 주도했던 한미 재계회의가 최근 현안을 중견·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목표로 하는 한미 FTA 활용 방안 제고에 집중해 왔는데 현 회장의 사의 표명으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올 1월 현 회장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한미 재계회의 분과위 합동회의에 참석, 미국 재계 및 정부 인사들을 만나 FTA 이행 현황과 차세대 산업협력 과제 등에 대한 의제를 논의했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현 회장은 미국 측 고위 인사들과 대화가 가장 원활한 재계 총수로 꼽힌다”며 “한미 FTA 비준안 통과 이후 중견·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왔던 점을 감안할 때 현 회장의 부재는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과의 재계 대화 채널도 미국 채널과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2005년부터 한중우호협회장을 맡아 온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동양그룹처럼 정상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채권단이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정상화시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상호출자 논란이 불거지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1982년 4월 당시 외무부(현 외교통상부)의 정식 인가를 받아 설립된 한중우호협회는 중국전문가 초청 강연회 개최, 중국 외교관 산업시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민간 외교 채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인연은 1992년 8월 한중 수교 직후 고(故) 박성용 회장이 협회장으로 선출되면서부터 시작됐다. 박 회장의 주요 인맥은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 등 최고위층 인사들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 중국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한중 FTA는 양국 간 가장 중요한 논의 안건이며 이를 통해 동아시아 국가들의 무역 협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중 FTA 체결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일경제협회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더 이상 한일 간 재계 대화 채널을 담당할 수 없는 처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국세청이 탈세 혐의로 조석래 회장과 효성 법인, 그룹 임원 2명을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일본 유학길에 올라 와세다대학교를 졸업한 조 회장은 대학 동창회장을 맡을 정도로 일본 내 정재계 인사들과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조 회장도 평소 한일 간 FTA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조 회장은 올 4월 한국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를 통해 “양국의 굳건한 경제협력관계를 위해 FTA 체결은 꼭 필요하다”며 “그동안 협상의 걸림돌이었던 일본의 농수산물 개방 문제가 일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로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한일 FTA를 적극 추진해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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