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신청한 동양, 웅진과 같은 듯 다른 점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주요 계열사의 무더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해체 수순에 들어간 동양그룹은 갑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으로 오너 일가의 도덕적 해이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웅진그룹과 닮아 있다. 법정관리 직전 기업어음(CP) 발행으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점도 그렇다. 회장 부인의 딴 주머니 차기도 닮은꼴이다.
하지만 두 그룹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오너의 집착 여부였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그룹의 모태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를 포기했지만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주요 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웅진그룹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면서 법정관리 1년이 채 안 돼 졸업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동양그룹은 막다른 길로 몰렸다.
◆동양ㆍ웅진 도덕성 논란 휩싸인 법정관리로 피해자 양산= 과도하게 사업을 확장하던 재계 순위 각각 31ㆍ38위던 웅진그룹과 동양그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채권단의 도움 없이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회사채와 CP 등을 대거 발행해 시장성자금을 끌어모았지만 돌려막기로 인한 이자만 산더미처럼 불어났다. 결국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양 그룹 모두 주요 계열사에 대한 법정관리를 갑자기 신청하면서 CP에 투자한 개인들의 피해를 키워 도덕적 논란에 휩싸였다.
양 그룹 회장의 부인이 딴 주머니 찼다는 논란에 휩싸인 것도 비슷하다.
윤 회장의 부인인 김향숙씨는 계열사인 극동건설 부도로 웅진그룹의 상장 계열사 주가가 큰 폭으로 내리기 전 이틀 동안 보유한 웅진씽크빅 주식 4만4000주를 모두 팔아 비난을 샀다.
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 역시 계열사들의 법정관리 신청 직전과 직후 동양증권에 있던 개인계좌에서 약 6억원을 인출하고 개인 대여금고에서도 대량의 금괴 등을 빼내간 정황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양 그룹은 주요 계열사에 대한 법정관리를 전후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에 대한 매각을 추진했다.
◆주력 계열사 매각 결정은 정반대= 동양은 몇 차례 회생 기회가 있었지만 현 회장이 욕심을 내면서 화를 키웠다.
동양그룹은 지난해 말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고 주요 자산을 매각하는 경영개선작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자산 매각은 지지부진했다. 동양매직과 섬유ㆍ레미콘ㆍ파일사업 등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현재까지 매각에 성공한 것은 폐열발전소(400억원)ㆍ레미콘공장(1145억원)ㆍ선박(350억원)ㆍ냉동창고(345억원) 등 비핵심 자산에 불과하다. 올 상반기까지 2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실제 마련한 자금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법정관리 신청 직전까지 CP 발행을 통해 자금을 융통할 수밖에 없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이 떠안게 됐다.
핵심 자산의 매각이 성사되지 못한 것은 오너인 현 회장의 집착 때문이었다. 파일사업부와 정보기술(IT)사업부의 경우 매각을 철회했다. 동양매직과 섬유사업부(한일합섬)의 경우 계약 체결 직전에 결렬됐다.
동양그룹은 올 초 한일합섬을 400억원에 갑을상사에 매각하기로 했지만 사소한 보증 문제로 결렬됐다.
동양매직의 경우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가 교원그룹에서 KTB컨소시엄으로 변경됐지만 결국 매각에 실패했다. 가격과 경영권 유지 등 조건을 놓고 협상을 끌어오다 데드라인을 넘겨버렸다. 동양매직 지분을 보유한 ㈜동양 등 주요 계열사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모든 자산이 동결되면서 이제는 팔려고 해도 팔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동양파워도 경영권에 대한 집착으로 매각이 성사되지 못했다. 당초 동양그룹은 삼척화력발전소사업권을 가진 동양파워 지분을 경영권 외 일부 지분만 팔 계획이었다. 이후 그룹의 위기가 목전에 다가오자 전체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때는 너무 늦었다.
반면 웅진그룹은 주요 계열사 매각을 대부분 완료하면서 구조조정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이르면 연말께 법정관리를 졸업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회장이 그룹의 모태인 웅진씽크빅과 북센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를 포기한 영향이 컸다. 알짜 계열사를 내놨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 회장이 주요 사업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구조조정작업을 조금만 더 서둘렀다면 지금의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향후 동양그룹은 법정관리를 통해 사실상 해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