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미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IT·서비스 무역협정에 콧방귀를 끼거나 자국 이익보호를 위해 고자세를 유지하던 중국이 최근 협조적인 자세로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첨단 기술 부문 무역 장벽을 낮추는 정보기술협정(ITA) 논의가 중국 때문에 지난 7월 결렬됐었지만 중국이 입장을 바꾸면서 수 주 안에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ITA는 1997년 컴퓨터·통신장비·소프트웨어·반도체 등 203개 품목에 대해 정식 발효된 후에 현재까지 개정작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ITA 적용 대상을 디지털TV·반도체 등 256개 품목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가지고 대표국들이 만났지만 중국은 당시 협상 테이블에 자국 IT 산업 보호를 위해 협상에서 제외됐으면 하는 목록 106개를 들고 나와 협상을 어렵게 했다. 당시 다른 나라의 협상 대표들은 중국측에 ITA의 목적 등을 설명하며 제외 품목 수의 축소를 요구했지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회담은 결렬됐다.
중국은 지금까지 주장해오던 ITA 논의 제외 목록 106개를 축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빠르면 오는 21일 제네바에서 ITA 논의가 재개될 수 있을 전망이다. 중국은 현재 정보기술 제품의 최대 수출국이기 때문에 중국의 협조 여부가 ITA 논의 재개에 매우 중요하다. 참여국들은 오는 12월 발리에서 개최될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이전에 ITA 논의가 마무리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이와 함께 미국, 호주가 주도해 추진하는 '서비스무역협정(TISA)' 참여 의사도 밝혔다. TISA는 서비스 분야의 무역장벽을 낮추자는 취지로 미국이 주도해 지난해 2월 출범한 협의체다. 무역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가 추진했던 도하개발 어젠다(DDA)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새로운 돌파구로 마련된 것이다. TISA에 참여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21개국의 서비스 무역 규모는 전 세계 서비스 무역의 70%를 차지할 만큼 거대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7월 ITA 논의 때 중국 때문에 곤욕을 치뤘던 미국은 중국의 TISA 참여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중국은 TISA 참여국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인식하고 지난주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미국과 TISA 참여국 대표들을 만나 끼워만 준다면 협상에 순조롭게 참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은 TISA 출범 때만 해도 '다자간 무역 협상의 종말을 고하는 것'이라고 비난했지만 이제는 어떻게 하면 동참할 수 있을지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분위기다. 최근 몇 주 사이에 중국은 미국 관계자들과 만나 TISA 참여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했으며 EU와 다른 TISA 참여국과도 관련 문제로 접촉해 상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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