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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스토리]현대史 쓰러뜨린 흉탄의 파열음...'경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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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선생이 마지막까지 계시던 곳..최초의 임시정부 국무회의 열리던 곳

[서울스토리]현대史 쓰러뜨린 흉탄의 파열음...'경교장' 경교장 2층 집무실 복도 창문의 총탄 자국. 백범 김구 선생이 안두희에 의해 피살됐을 때의 총탄 흔적을 재현해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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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1949년 6월26일 일요일 정오를 갓 넘긴 시간, 초여름 한낮의 나른함이 서울 서대문 경교장에도 몰려들고 있었다. 경교장 지하 부엌에서는 점심 준비가 한참이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좋아하던 만둣국이 밥상에 올랐다. 2층 집무실 창가 책상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김구 선생은 뜻밖의 손님을 맞았다. 육군 정복 차림의 안두희 소위가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탕. 탕. 탕. 탕. 네 발의 총성이 평화롭던 경교장에 울렸다. 총알은 차례로 김구 선생의 얼굴과 목, 가슴, 아랫배를 관통했다. 암살범 안두희는 곧바로 특무대로 연행돼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김구 선생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그리고 64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세월동안 모진 풍파 속에서 굴곡진 시간을 보내야했던 경교장은 지난 3.1절을 기해서야 시민들에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3년간의 복원과정 끝에 가까스로 옛 모습을 찾았지만,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설립 당시 모던한 디자인으로 근대적인 건물의 상징이 됐던 경교장은 현재는 서울 강북삼성병원 건물에 둘러쌓여져,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병원 건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김구 선생의 서거 소식을 듣고 사방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주저앉아 목 놓아 울부짖었던 경교장 앞마당은 병원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경교장 1층 귀빈식당 창문으로는 주차돼있는 병원 앰뷸런스가 눈에 들어온다. 2층 집무실 창문에 남아있는 총알의 흔적만이 그날의 비극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하루에 최대 200명의 관람객들이 경교장을 둘러보는데, 이 중에는 인근 병원의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상당수다.

[서울스토리]현대史 쓰러뜨린 흉탄의 파열음...'경교장' 현재 경교장은 서울강북삼성병원 안에 위치해있다.


'경교장'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3대 부자로 꼽히던 최창학에 의해 1938년 건립됐다. 최창학은 당시 금광사업으로 '금 벼락'을 맞고 부자가 된 인물로, 1945년 11월 27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오갈 데가 없었던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들에게 숙소와 집무실로 '경교장'을 제공했다. 그렇다고 최창학이 애국심이 투철한 인물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일본 군부에 비행기를 헌납한 대표적인 친일파로, 해방 이후 반민족특위 명단에도 올랐다. 그런 그가 경교장을 내준 것은 자신의 친일 행각을 무마해볼 속셈에서였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일본식 대저택이었던 경교장의 원래 이름은 '죽첨장(竹添莊)'이다. 그러나 김구 선생은 '죽첨장'이라는 이름이 일본 냄새가 난다고, 근처에 있는 경교라는 다리 이름을 딴 '경교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수입된 최고급 이탈리아 대리석, 명품 가구와 커튼, 벽난로 등으로 장식된 경교장은 당시 신문에도 소개될 만큼 화제가 됐던 명소다. 주인 최창학이 김구 선생을 보러 몰려오는 인파가 행여나 집안의 집기들을 망가뜨리지는 않을까 늘 노심초사했을 정도였다.


보일러실과 부엌으로 사용됐던 지하는 현재 임시정부 역사를 조망하는 전시실로 꾸며져 있다. 김구 선생이 서거할 당시 입고 있던 '혈의(血衣)' 앞에서는 숙연한 마음이 절로 든다. 옷깃과 왼쪽 손목, 겨드랑이 부분을 흥건하게 적신 붉은 피는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비밀조직원들이 김구 선생에게 북한 동향을 보고하기 작성한 '속옷 밀서'를 포함해 '백범일지'의 초판본, 김구 선생이 서명한 태극기 등을 만나볼 수 있다.


1층은 최초의 임시정부 국무위원회가 열렸던 응접실과 선전부 사무실, 귀빈식당으로, 2층은 김구 선생 집무실과 침실, 임정요인 숙소, 욕실, 서재 등으로 구성돼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외친 김구 선생의 저서 '나의 소원'도 이 2층 서재에서 완성됐다. '경교장'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이자 반탁 및 통일운동을 이끌었던 역사의 현장이다.


[서울스토리]현대史 쓰러뜨린 흉탄의 파열음...'경교장' 김구 선생이 피살 당시 입었던 흰저고리. 곳곳에 피가 묻어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최전방에 있었던 '경교장'은 김구 선생의 서거 이후 비운의 굴곡진 운명을 감내해야 했다. 남겨진 유족들은 최창학이 요구한 집세를 내지 못해 경교장을 떠났다. 이후 경교장은 대만대사관, 미군 주둔지, 베트남 대사관 등을 전전하다가 1968년부터 현 강북삼성병원의 전신인 고려병원이 인수해 병원으로 사용했다. 김구 선생의 채취가 묻어있던 그 자리에는 병원 원무과와 의사 숙소, 약국, 휴게실 등이 들어섰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정부의 빈약한 인식이 경교장을 병원 내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이후 아예 경교장을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으로 이전하는 '비상식적인' 안도 제기됐고, 병원의 신축계획으로 철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정부가 무관심과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동안, 1980년대 들어서야 각계각층에서 경교장 복원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 등 뜻있는 사람들이 줄기차게 국회나 청와대에 청원서를 보냈다. 이런 노력 끝에 결국 경교장은 2001년 4월 서울유형문화제 제129호로 지정됐다가 2005년 6월 사적 제465호로 승격됐다. 이후 서울시와 삼성병원이 협의를 진행해 2010년부터 병원시설을 이전하고 복원을 시작해 지난 3월 작업을 마쳤다. 하지만 병원과 맞닿은 벽과 창문은 복원되지 못했고, 일부 공간은 여전히 닫혀 있다. '반쪽짜리 복원'이라는 말도 나왔다. 무엇보다 속수무책으로 병원건물과 주차장에 끼어서 이도저도 아닌 상태가 된 모습은 낯 뜨거울 따름이다. 역사의 현장을 소중하게 보존하는 것, 김구 선생이 한없이 갖고 싶어 했던 '문화의 힘'은 여기서 출발한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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