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측 '김원홍 카드' 아쉬움 못 버려
[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SK그룹 횡령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이르면 이번 주 내 대만에서 한국으로 강제 송환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27일로 예정된 항소심 선고 일정엔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재판부는 최근 진행된 공판에서 수차례 '김원홍 증인신문의 불필요성'을 강조해왔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재판 일정의 변동 가능성을 시사하는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지난 3일 결심공판에서 "선고기일을 다시는 변경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힌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이 오는 30일 구속기간이 만료돼 일정이 변경되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는 점도 재판부엔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SK 측에선 '김원홍 카드'에 대한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재판의 완결성을 위해 김원홍의 증인신문이 필요하다는 입장엔 변함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와 검찰의 지적대로 범행의 핵심, 즉 SK계열사 펀드출자금 선지급 지시와 횡령에 있어선 최태원 회장이 중심인물로 판단되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김원홍 카드'가 막판 변수로 쓰일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재판부는 지난달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청하기 위해 변론을 재개했을 때 최 회장 측의 김원홍 증인신청을 기각하며 "더 이상 김원홍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라. 김원홍이 당장 내일 한국에 온다고 해도 증인으로 채택할 의사가 없다"며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지금까지 충분히 심리하고 검토했으며 공개된 녹음파일 및 녹취록에서 그의 의사가 분명히 전달됐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최 회장 측의 지속적인 김원홍 증인신문 필요성 주장에 대해 "불필요한 절차를 끌어들여 처벌을 회피하고 범행을 은폐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회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실체가 나오지 못해 아쉽다"며 증인신청이 기각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 회장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27일 오후 2시 417호 법정에서 열린다.
앞서 최 회장은 SK텔레콤 등에서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출자한 펀드 선지급금 450억여원을 중간에서 빼돌려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최 회장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 등으로 김준홍 전 대표는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고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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