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장관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차기 의장직 경쟁에서 스스로 물러나면서 재닛 옐런 FRB 부의장이 가장 강력한 후보로 부상했다.
도널드 콘 전 FRB 부의장이나 티머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 FRB 부의장 출신인 로저 퍼거슨 전 교원공제회의 회장 등도 FRB 차기 의장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콘 전 부의장과 로저 퍼거슨 전 회장은 옐런 부의장에 비해 약체로 여겨진다. 또 가이트너 전 장관은 이미 오바마 대통령과의 면담 과정에서 고사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ㆍ언론 등 폭넓은 지지= 옐런 부의장은 서머스 전 장관과 반대로 각계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를 비롯해 크리스티나 로머 전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위원장, 로라 타이슨 전 경제회복위원회 위원 등 경제 전문가 350여명은 지난 11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벤 버냉키 FRB 의장 후임으로 옐런 부의장을 지명해달라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옐런이 뛰어난 리더십을 가진 데다 여러 다양한 견해를 경청할 줄 알고 경제정책과 노동시장의 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옐런 부의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언론도 늘고 있다. 최근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에 실린 라나 포루하 타임 부편집장 칼럼을 통해 옐런 부의장이 여러 이유에서 이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옐런 부의장이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노력해왔고 이는 앞으로 몇 년간 미국이 맞닥뜨릴 도전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또 양적완화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도 옐런이 적합한 후보라고 밝혔다.
◆ 금융시장도 반기는 인물= 경제학계와 언론 외에 금융시장에도 서머스 전 장관이 FRB 의장이 되는 데 반대하는 기류가 형성됐었다. 금융시장에서는 서머스 전 장관이 FRB 의장이 되면 양적완화를 조기에 중단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세계 투자자ㆍ분석가ㆍ트레이더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머스 전 장관이 버냉키 의장보다 부양책을 덜 쓸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가 35%에 달했다. 서머스 전 장관이 버냉키 의장보다 더 완화한 정책을 쓸 것이라는 답변은 13%,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반응은 22%였다.
서머스 전 장관이 FRB의 차기 의장 후보군에서 빠지면서 FRB의 급격한 양적완화 축소 전망은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FRB는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양적완화 축소 여부를 결정한다. 금융시장은 FRB가 이번 달부터 월 850억달러인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축소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 대외관계 원만한 부부 경제학자= 옐런 부의장은 2004년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를 걸쳐 2010년이래 FRB 부의장을 맡고 있다. 2009년부터 FOMC 의사결정에 참여해왔으며 원만한 성격으로 버냉키 의장과 호흡을 맞추며 현재의 양적 완화 정책을 주도해온 점을 인정받고 있다.
옐런 부의장은 올해 67세로 브라운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UC버클리대 교수를 지냈다. 그의 남편은 '레몬마켓'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야성적 충동'의 저자 조지 애커로프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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