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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0장 뜻밖의 방문자(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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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0장 뜻밖의 방문자(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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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알렉산더였다. 그는 이 거리의 철학자 늙은 디오게네스의 농담 같은 진담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햇빛을 가리지 않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리고 물론 목을 치지도 않았다. 그는 그리스인이었고, 아마 어려서부터 아무리 거지 같아 보여도 최소한 철학자를 존경해야 한다는 것쯤은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알렉산더가 누군가. 이 젊은 정복자는 진정한 의미에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모험가였다. 아무리 힘들여 정복한 도시도 단 이틀 이상을 머물지 않고 다시 군대를 정비하여 동으로, 동으로 나아갔다. 오로지 궁금증 때문에....

그로 인하여 동과 서는 길이 열렸고, 이른바 헬레니즘이라는 동서의 융합 문화가 탄생되었다. 여기서 물론 동이란 지금의 중동 지역과 인도 지역을 말한다. 지금의 서양문화는 헬레니즘의 자식이다. 니체의 말처럼 그리스 로마의 신화와 중동의 종교, 즉 예수교의 접합은 오늘날의 서양 정신을 형성하는 뼈다귀가 된다. 당시 알렉산더 대왕의 이름을 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는 그야말로 동서 문화의 총 집결처인 국제 도시였고, 세계 최고의 도서관이 있었다. 예수 사후 갈 곳 없어 헤매던 기독교도는 이곳에서 비로소 숨통을 틔고 로마의 심장부로 들어가, 세계 종교로 변신할 기회를 잡았다.


서양 사람들이 지금까지 알렉산더, 알렉산더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같은 정복자라도 나폴레옹이나 징기스칸이나 히틀러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 서른 살을 갓 넘긴 나이에 죽은 이 젊은 정복자는 진정한 의미에서 문화 충돌을 경험하게 한 문화 메신저였던 셈이다.알렉산더에 대해 생각하던 하림은 다시 부지런함과 게으름에 대한 생각으로 옮겼다.

사람들은 흔히 부지런함을 가르치면 좋은 철학자요, 게으름을 가르치면 나쁜 철학자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대체로 부지런과 열심히를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일수록 자살률이 높다. 열심히 사는 사회일수록 그만큼 경쟁이 심하고, 그만큼 짱구 굴릴 일이 많고, 그만큼 나쁜 놈들이 많아질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막스 베버가 쓴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주의의 윤리>는 그야말로 초기 자본주의의 부지런함과 근면함을 노래한 책이다.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농노들의 피를 빨아먹는 게을러빠진 귀족들에 대항하여 일어난 새로운 계급 부르주아는 개미처럼 일하고, 돈을 모으는 것에 목숨을 걸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오래지 않아 배부른 여왕개미가 되어 일하지 않고 대신 일개미, 즉 노동자들을 부려먹는 데 익숙해진다. 요즘 말로 하자면 갑(甲)의 지위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계급은 노동계급이다. 그래서 지금의 모든 사회 규범은 그것에 알맞게 짜여진다.


열심히 살아라! 뼈 빠지게 일하라! 그게 좋은 거다. 그게 인생의 보람이요, 가치다! 게으른 놈은 노숙자가 되고, 죽어서도 지옥에 갈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세상은 양분되었다. 부자와 가난뱅이. 부자는 부지런한 자의 결과요, 가난뱅이는 게으름뱅이의 결과다. 부자는 존경을 받고, 가난뱅이는 멸시의 대상이 된다. 그게 지금 세상이 가르치는 윤리다.


과연 그럴까? 하림은 누워서 빈둥거리며 이런 생각, 저런 생각, 그렇게 아무 생각이나 떠오르는 대로 하고 있었다.


글. 김영현/그림. 박건웅






김영현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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