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이 삼성생명을 '글로벌 보험사'로 성장시키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국내 보험사로는 처음으로 4일 미국의 뉴욕생명자산운용과 자산운용 부문에서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맺고 본격적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박 부회장에게 글로벌 보험사로의 도약은 오랜 숙원이다. 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사업 구조조정 전문가로 평가되는 그는 지난해 3월 '삼성생명 2020 비전 선포식'에서 글로벌 보험사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시장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앞서 2010년 말 삼성생명 사장으로 취임하면서도 이 같은 뜻을 내비쳤다.
자산운용의 글로벌화는 저금리ㆍ저성장 시대 새로운 먹기리를 찾기 위한 '돌파구'다. 그동안 국내 보험사와 외국사 간 단순 상품업무 제휴, 위탁 운용 등의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외국 자산운용사와 공동으로 해외 투자에 나서는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은 처음이다. 국내 시장에서의 수익률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번 투자는 선진 투자기법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삼성생명은 현재 전체 자산 180조원 가운데 80%를 상회한 150조원 가량을 국내외에 투자ㆍ운용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 중 8% 정도인 12조원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 비중을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12%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지난 6월말 기준 삼성생명의 전체 자산운용 비율은 채권이 59%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대출(18%), 주식(13%), 부동산(5%) 등의 비중이 높다.
박 부회장의 글로벌 보험사 전략은 단계별로 진행된다. 이번에 뉴욕생명자산운용과 각각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5억달러(약 56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공동으로 조성ㆍ운용하는 것은 그 신호탄이다. 미국 채권투자는 뉴욕생명자산운용이 담당하고, 미국 주식 투자는 삼성생명 뉴욕법인이 맡는다.
해외 부동산 투자도 확대한다. 박 부회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만기가 긴 보험자산운용의 특성상 수십년의 장기 투자처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임대료 등 장기 고정 수익을 낼 수 있는 해외 부동산 투자를 확대하겠다"며 중장기 계획을 밝혔다.
삼성생명은 뉴욕라이프와 제휴 범위를 넓혀 아시아 자산운용 시장에 대한 공동 진출도 모색할 계획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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