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에 힘입어 코스피 강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월중 저점을 기록했던 지난달 22일 이후 외국인은 연속 순매수를 통해 1조8000억원 넘게 '사자'에 나섰다.
4일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달 말 발표된 국내 경기관련 지표들이 뚜렷한 개선세를 이어가면서 외국인이 순매수를 강화했다고 판단했다. 신흥 아시아 지역 내에서 포트폴리오 재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국내증시로의 유입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국내증시 투자자들은 추석 연휴 전후로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따라 시나리오별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중섭 대신증권 스트래티지스트= 경기선행지수순환변동치는 4개월 연속 반등했고, 8월 수출은 7.7%(전년동월비) 증가하며 7월 증가폭(2.6%)을 크게 앞섰다. 기업체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한국은행 기업실사지수(BSI)도 3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8월 저점 이후 반등구간에서 나타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내수 민감업종이 코스피를 상회하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건설업종은 정책기대감과 함께 업종별 수익률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기록했고, 은행이나 유통업종들도 코스피 수익률을 상회했다. 글로벌 경기회복과 관련된 경기민감주들(소재·산업재)이 약진하는 구간에서도 부진한 내수 탓에 그 동안 소외받아왔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졌다.
건설, 은행, 유통과 같은 내수민감주들이 높은 성과를 보여주는 것은 경기반등과 함께 소비개선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기선행지수와 함께 경기에 선행성을 갖는 BSI에서 내수업종 체감경기 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업종별 BSI를 보면, 8월 대비 9월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업종들 가운데 내수업종 기업들이 많다.
6월 연중 저점이후 코스피 반등 구간에서 글로벌 경기 회복의 수혜가 기대되는 수출주들이 KOSPI의 상승을 견인해 왔다. 유럽과 중국 등의 경기회복세가 최근 더욱 뚜렷해지고 있어 수출주에 대한 실적 기대감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경기회복의 영향이 점차 경기민감 내수주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포트폴리오내 경기민감 내수주의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보더라도 3분기 이전까지는 수출기업들과 내수 기업들의 체감경기 격차가 확대됐지만, 최근 내수기업들의 체감경기가 빠른 속도로 호전되면서 그 격차가 차츰 줄어들고 있다. 국내 소비확대의 수혜는 섬유의복, 유통 업종의 실적 전망치를 차츰 상향조정 시킬 가능성이 있고, 경기회복에 따른 금리의 상승은 은행업종의 실적 개선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 수출주에 대한 가격 부담이 커질수록 경기민감 내수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함께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
◆이재만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외국인은 왜 살까.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 국면이다. 7~8월의 경우 양적완화 축소 논란으로 일부 신흥아시아 국가들의 유동성 이탈이 본격화된 것은 맞지만, 6월과는 달리 유동성 이탈이 차별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외국인 포지션 변화를 감안할 때 신흥아시아 지역 내에서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왜 지금 리밸런싱을 하는 걸까. 국내 증시가 부각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먼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국한된 변화이긴 하지만 통화정책이 변하는 시기다. 국가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 두 차례의 양적완화정책 종료 국면에서도 이와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 바 있다. 국가 건전성이 '옥석 가리기의 기준' 중 하나로 부각된 면도 이유 중 하나다. 금융 및 재정위기 직후에는 절대적인 부채의 많고 적음에 민감하다. 기업이든 국가든 부채를 줄여야 위기 탈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 단계에 진입하게 되면 돈을 버느냐 못 버느냐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된다. G4(미국, 중국, 유럽, 일본) 경기에 대한 민감도 역시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국내의 경우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유럽과 중국 수출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국내 기업 이익과 증시의 외국인 수급도 유럽과 중국 경기모멘텀 및 체감경기 변화를 민감하게 반영한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플레이 방식에 관심을 가질 필요 있다. 2009년 이후 외국인이 3개월 연속 순매수 우위를 유지했던 국면(총 4차례)에서 해당 기간 동안의 외국인 총 순매수 금액 대비 국내 증시 업종별 외국인 순매수 비중과 업종별 시가 총액을 비교 해보면 정의 상관관계가 있다(외국인 인덱스 플레이 선호). 업종별 시가총액 비중과 외국인 순매수 비중 차이가 큰 업종에 대한 관심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9월 중 부각될 수 있는 콘셉트를 고려해 업종을 선정하면 건설과 철강(유럽과 중국 경기에 반응), 호텔·레저(원화강세) 등을 꼽을 수 있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센터장= 미국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4분기 장세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FOMC(17~18일) 전까지는 현재주가를 전후로 박스권이 지속될 전망이지만, FOMC 이후로는 시나리오 별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할 전망이다.
9월 양적완화 축소시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 충격과 주가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펀더멘털하게는 글로벌 경기회복과 위험자산 선호국면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4분기 이후 금융시장 분위기는 강세국면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와 은행주 등 저평가된 우량주를 조정시 편입하는 것이 좋다.
9월 양적완화 축소가 연기될 경우 금융시장은 출구전략 연기에 따른 단기적인 안도랠리가 나타날 수 있지만, 이것은 불확실성의 증대와 경기회복의 지연을 의미한다. 주가 상승시에는 주식비중을 줄이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 경우, 4분기까지는 박스권의 주가 조정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회복이 쉽지 않다면, 경기관련주보다는 연말을 겨냥해 최근 주가 조정을 보이고 있는 우량한 고배당주들에 대한 저가매수가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2-3년간 속도는 느리겠지만, 글로벌 경기의 회복추세가 진행된다면 위험자산에 대한 재평가는 진행될 것이다. 향후 글로벌 경제에서 성장률과 장기적인 기업이익 증가율을 감안하면 중국의 소비산업이 대안 중 하나일 것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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