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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 코 베이는' 금융사기, 직접 당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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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지난 1일 대전에 사는 주부 이모(39)씨는 평소처럼 은행거래를 위해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다가 통장에 든 돈을 몽땅 날릴 뻔했다. 은행 홈페이지 첫 장을 열고 로그인을 위해 공인인증 절차를 밟을 때만 해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공인인증서를 로그인하자 "고객님의 계좌가 위험한 지역에서 조회되었습니다. 보안을 위해 보안 업그레이드를 사용해 주십시오"라는 메시지가 떴다.


당황한 나머지 얼떨결에 확인을 누르니, 약관 및 개인정보제공 동의 등 정상적인 은행 홈페이지와 똑같은 절차가 다시 진행됐다. 의심이 풀리는 듯했지만 '동의'를 누른 후 다음 차례로 가자 갑자기 보안카드의 모든 번호를 입력하라는 페이지가 나왔다.

그제서야 이씨는 은행 콜센터에 직접 전화를 걸어 본 후 해당 홈페이지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홈페이지에서 나오려고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보안 업그레이드 후 사용하십시오"라는 메시지와 함께 가짜 은행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만 계속 나와 결국 컴퓨터를 꺼버리고 말았다.


알고 보니 이씨는 컴퓨터에 감염된 악성코드를 통해 가짜 은행 서비스에 접속하게 한 뒤 보안카드 번호 및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등 개인 정보를 빼내 돈을 인출해가는 이른바 '파밍' 수법에 걸린 것이었다. 이씨는 즉시 은행에 신고해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은 막았다. 그러나 일부 개인정보가 빠져나갔기 때문에 계좌를 동결해야 했다. 은행을 직접 방문해 계좌 동결을 해제하는 한편 컴퓨터의 악성 코드를 삭제하기 위해 포맷을 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이씨는 "가짜 은행 홈페이지를 만들어 금융사기를 친다는 소식을 듣고 홈페이지 주소를 아예 즐겨찾기 메뉴에 올려놓고 접속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며 "평소 뉴스를 보면서 설마 내가 당하겠냐고 생각했지만 막상 직접 당해 보니 은행 홈페이지와 너무나 똑같아서 누구나 피해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사례처럼 최근 들어 가짜 은행 홈페이지 등을 만들어 본인 모르게 돈을 빼가는 신종 금융 사기 수법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씨가 당한 수법은 그나마 '고전적'이다.


최근엔 진짜 은행 홈페이지에 정상적으로 접속해 인터넷 뱅킹을 했는데도 자신도 모르게 예금이 인출되는 신종 수법이 등장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금융 사기범들은 미리 소비자의 컴퓨터에 악성 코드를 심어 놓은 후 인터넷 뱅킹 과정에서 입력된 보안카드 번호를 이용해 돈을 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속칭 '메모리 해킹'으로 불리는 이 같은 수법은 소비자가 보안카드 번호를 입력하면 더 이상 인터넷뱅킹이 진행되지 않고 다운되는 특성이 있다. 이 수법은 지난 6~7월 두 달간 112건이나 발생해 6억9500만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최근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엔 돈을 빼가는 대포통장마저 필요 없는 신종 수법까지 등장했다. 대포통장의 출처가 추적돼 검거당하자 아예 피해자의 통장에 든 돈을 예전처럼 대포통장에 넣지 않고 현금화하기 쉬운 귀금속ㆍ상품권을 사거나 해외의 숙박업체 숙박권을 구매했다가 되팔아 돈을 챙기는 이들이 나타난 것이다. 이 경우 피해자-업체 간 분쟁 소지가 있어 소송을 걸어도 되찾기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사이트를 사칭해 피싱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용자의 PC를 악성코드를 이용해 가짜 포털사이트로 접속시킨 후 금융회사를 가장한 피싱사이트로 유도해서는 개인정보를 빼내는 수법으로 돈을 인출해가는 것이다. 통신사를 사칭한 금융사기도 급증했다. 발신번호를 통신사 전화번호로 조작한 후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요금 체납ㆍ이용정지 또는 핸드폰 교체 이벤트 등을 가장해 개인정보ㆍ금융정보를 요구한 후 돈을 빼가는 것이다. 이 같은 수법은 올해 1분기 전체 신ㆍ변종 피싱 중 21.8%에서 2분기 43.1%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처럼 신종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자 정부는 지난달 29일 미래창조과학부ㆍ금융감독원 등 4개 기관이 합동으로 '신변종 전자금융사기 합동 경보'를 발령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은행들도 오는 26일부터 300만원 이체 또는 공인인증서 발급 시 이용 PC 지정ㆍ추가 본인인증을 의무화하는 등 전자금융사기 피해 방지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안 강화를 빙자해 특정사이트나 현금인출기로 유도하거나 개인정보ㆍ금융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는 100% 피싱 사기"라며 "항상 PC의 백신프로그램을 최신으로 업데이트해 악성 코드를 주기적으로 찾아 제거해주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이메일이나 파일은 내려받지 않는 게 좋다. 보안카드도 보다 안전성이 높은 일회용 번호 생성기(OTP)를 사용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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