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금연 시행 3개월 현장 가보니.. 반사이익 PC방 늘어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금연정책 하면서) 손님이 더 없어. 처음에는 담배피는 손님 막고 그랬는데 손님이 없어지니까 이제는 모른척 할 수 밖에 없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금호동의 한 PC방. PC방 유리문을 열자마자 퀴퀴한 담배냄새가 코를 찔렀다. PC방 내부는 희뿌연 담배연기로 자욱했다. 칸막이 하나 없이 분리된 흡연석에서 성인 10여명이 버젓이 담배연기를 피워 올리며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 손님은 "담배를 피우면서 게임 할 수 없으면 굳이 PC방에 올 이유가 없죠"라며 피던 담배를 재떨이 대신 사용하는 종이컵에 껐다. 그는 "담배 못 피우게 하면 여기 있는 손님 절반 이상은 나갈 걸요”라고 덧붙였다.
6월부터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으로 PC방이 금연구역으로 확대됐지만 상당수 업소에서 여전히 공공연하게 흡연 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PC방 업주들의 경우 매출 하락을 우려해 흡연공간을 유지하는 등 흡연 손님을 방치하는 실정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 김모 씨는 "사장님이 아직 계도기간이라 괜찮다고 했다"며 자리에서 가져온 종이컵 재떨이를 정리했다. 그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면 거칠게 항의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냥 흡연을 눈감아준다”고 말했다.
전날인 29일 찾은 금호동의 다른 PC방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흡연 가능 여부를 묻자 흡연구역으로 안내했다. 금연이라는 표시판이 무색하게 손님들은 안내 받은대로 연신 줄담배를 피워댔고 PC방 업주도 흡연을 방치하고 있었다. 100석 규모의 PC방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정부의 금연정책을 피해가며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모습이다. 한 손님은 "흡연에 주의를 주는 PC방을 떠나왔다"며 "흡연을 허용하는 PC방은 항상 이렇게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국민건강증진 시행 규칙에 따르면 PC방 내 금연구역 표시를 하지 않았을 경우 PC방 주인에게는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곳 PC방은 금연표지는 붙여놓고 흡연구역으로 운영하는 등 버젓이 법을 위반하며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었다.
PC방 업주는 "장사도 안 되는데 금연정책 하게 되면서 손님이 더 없다. 처음에는 금연이라며 담배 피우는 손님 제지하고 했는데 손님이 없어지니까 이제는 모른 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PC방 사장들도 영세업자라서 힘든데다 PC방 찾는 사람들도 담배 피는 사람이 절반이라던데 그럼 가게 문 닫으라는 소리냐며 난감함을 토로했다. 한 손님은 "게임을 하면서 담배를 안 피울 수 없어 그냥 눈치 안 보고 피운다"며 "흡연을 눈감아 주는 PC방만 찾아다닌다"고 말했다.
지난 8일부터 시행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라 전국 PC방은 전면 금연구역으로 포함된다. 다만 흡연실 설치 등을 위해 6개월 계도기간을 뒀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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