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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9장 어둠 속의 두 그림자(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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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9장 어둠 속의 두 그림자(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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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운학의 입에서 소연의 이름이 나오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아마 하림과 그녀 사이에 있었던 비밀스런 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긴 그의 눈엔 소연이 같은 여자애는 처음부터 안중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노랑머리를 좋아하기엔 그는 나이가 너무 많았다.


그에 비해 남경희는 얼마나 멋있는가!
이층집에 우아하게 사는 그녀는 그가 일찍이 학창시절 좋아했었다던 윤여사만큼이나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여자라고는 할머니나 할머니에 가까운 아주머니가 대부분인 이런 시골에 그런 세련된 여자가 나타났으니 눈이 번쩍 뜨이지 않을 까닭이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여자 나이 서른 후반이면 세상 알만큼은 알만한 나이였다.

결혼할 상대가 없어 멀리 바다 건너 베트남이나 필리핀, 스리랑카, 몽고에서도 신부감을 모셔와야 하는 늙은 농촌 아저씨들이 세 집 건너 한집은 된다는 세상이 아닌가.
그런데다 그녀는 어디에도 빠지지 않을 미모에다 지성까지 갖추었다. 운학이 혹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호박이 넝쿨 채로 굴러온 셈이요, 사슴이 제 발로 호랑이 굴로 찾아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녀가 기도원을 짓건 수도원을 짓건 상관이 없을 것이었다.
“난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했어! 그녀가 처음 이곳에 나타났을 때, 내겐 마치 어둠 속에 나타난 빛과 같았지. 처음부터 내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그녀는 도도하고 고상하지. 나 같은 놈이 쳐다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못 올라갈 나무라 하여 바라보지 말라는 법은 없지. ”


그러니 김치국을 마셔도 단지 채로 마셔도 무리가 아니었다. 자기 말마따나 올라가지 못할 나무라 하여 바라보기까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그녀가 그를 좋아하든 말든 그건 그녀의 자유라면 그가 그녀를 좋아하는 것 역시 그의 자유일 터였다.
“난 늙고 게다가 한쪽 다리도 절어. 멀쩡한 당신들이랑은 다르다는 것도 알아. 난..... 당신들처럼 많이 배우지도 못했고, 아는 것도 없어. 그러나 그게 어쨌다는 거야? 그녀는 혼자고, 나도 혼자야. 혼자 사는 늙은 사내가 혼자 사는 여자를 좋아하는 게 무슨 문제야? 당신이 이곳에 나타나기 전, 그녀도 분명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어. 그녀의 집 성경공부에 나를 끌어들인 것도 그녀였어. 그녀는 버림 받은 여자야. 겉은 멀쩡해 보여도 가슴 속은 온통 상처투성이 뿐이지. 그녀가 나에게 호감을 표시한 것도 그런 때문이었어. 알고 보면 동정을 받아야할 쪽은 내가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야. 그런데 내가 그들의, 그 불쌍한 인간들의, 재산을 노려서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간 것이라구? 후후.”

운학은 자조적으로 웃었다. 하림은 그런 운학이 갑자기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물론 반감이 들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다. 못 생긴 사내가 잘난 여자를 쫒아다니는 꼴을 보면 괜히 심술이 나듯, 심술이 났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를 깔보는 마음이 자기도 모르게 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편견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림이 혜경에게나 소연에게로 향한 마음이 진실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면 운학이 윤여사나 남경희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그보다 덜 아름답고 덜 진실하리란 법은 없었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처럼 우스운 말은 세상에 없을 터였다. 얼마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말인가!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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