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1조6531억원 순매수…연기금과 쌍끌이장 주도
글로벌 증시 불안정에도 튼튼한 펀더멘털 긍정적 평가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외국인투자가의 한국 증시 U턴이 본격화하고 있다. 시리아 공습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경상수지와 펀더멘털 측면에서 차별화된 한국 증시의 매력이 꾸준히 부각되면서 오히려 신뢰가 돈독해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9월 이후 연말까지 연기금 매수 규모에 맞먹는 5조원 정도를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 매도 물량의 70% 정도가 다시 채워질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업종별 대표주의 경우 기업 내재가치에 상관없이 외국인 실탄이 집중되면서 반등 탄력이 상대적으로 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4670억원어치를 순수히 사들였다. 이는 지난 2월20일 5380억원어치 순매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하반기 들어 외국인의 매수 강도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 들어 6월 말까지 뱅가드펀드의 벤치마크 조정 등으로 10조4758억원을 순수히 팔아치웠지만 7월 7551억원 순매수로 돌아서더니 이달 들어서는 전날까지 1조6531억원어치를 순수히 사들였다.
외국인 대형주 집중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의 코스피시장 대형주 매수 비중은 지난 2월 88.52%를 기점으로 낮아지더니 6월 87.12%, 7월 88.15%, 8월 89.62%로 급격히 높아졌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외국인 주도의 대형주 매집은 상승장에서 보이는 대표적인 패턴"이라며 "엔화 및 중국 리스크 소멸 기대감에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조정 기대감까지 반영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증시 수급 지원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연기금과 비슷한 매수 패턴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5~6월 한국 증시를 짓눌렀던 출구전략, 엔화약세 등 악재 영향력이 거의 소멸됐다"며 "외국인이 대형주 중심으로 매월 1조원 내외 순매수 행진을 벌이며 다시 곳간을 채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위원도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매력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다 1850선이 깨지면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사들이며 방어하면서 외국인의 투자 유인을 높이고 있다"며 "9월 이후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5조원 정도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수 구간별 매수 패턴 등 아직까지 짚어봐야 할 요소는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외국인의 무조건적인 되사기를 낙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더 강한 선진국 경기회복 시그널과 국내 기업의 양호한 3분기 실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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