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부터 1ℓ당 220원 올라..유제품·과자·빵 등 줄줄이 인상 예고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한 달째 줄다리기를 벌이던 우윳값 협상이 서울우유와 농협 하나로마트의 합의로 30일부터 1ℓ당 220원 인상된다.
매일유업의 우윳값 인상으로 촉발된 논란이 서울우유의 인상으로 마무리된 것은 업계 관행탓이다. 우윳값은 업계 관행상 1위 업체인 서울우유와 농협중앙회의 합의로 결정되는데 다른 우유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은 대부분 이 둘의 결정을 따르게 된다.
우윳값 인상 논란은 지난달 말 매일유업이 우윳값을 1ℓ당 250원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1ℓ당 834원이던 원유가격이 이달 1일부터 106원 오른 940원에 납품되자 원가부담을 이유로 우윳값을 올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소비자단체협의회가 반발했고, 지난 8일 매일유업이 우윳값 인상을 강행했다가 하나로마트의 거부로 반나절 만에 보류했다.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우윳값 인상 논의는 서울우유와 농협중앙회 마트구매부의 거듭된 회의를 통해 28일 결론이 났다.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다른 우유업체들은 모르쇠로 일관했고, 만약의 경우 추석 연휴 이후로 인상논의가 미뤄질 것을 우려했다. 소비자단체의 반발에 부딪힌 우윳값 논의가 이달을 넘길 경우 추석 물가 등 민감한 사안에 걸려 추석 이전에는 사실상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 달째를 끌며 온 국민의 관심을 받아온 우윳값 인상 내용이 시장에 알려진 것은 극히 비정상적인 방법을 통해서다.
우윳값 인상이 시장에 알려진 직후에도 서울우유는 모른다고만 하다 정오가 다 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대형할인점 기준 2300원하던 우유 1ℓ를 2520원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합의 직후 유통업체 영업담당자와 공유한 내용이 시장에 알려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우윳값 인상 내용을 보면 서울우유와 하나로마트 양측 모두 명분과 실리를 챙겼다고 볼 수 있다.
서울우유는 손해를 감수하고 우유업계의 당초 제시안보다 인상 가격을 낮춘 모양새가 됐고,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하나로마트는 1ℓ당 유통마진 38원 중 30원을 포기하면서까지 소비자들을 배려했다는 인상을 준 것이다. 우윳값 1ℓ당 인상분 220원 중 106원은 원유값이고, 8원은 하나로마트 마진, 106원은 제조업체와 대리점 등이 나눠갖게 된다.
이번 합의로 다음 주부터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우유제조업체와 대형마트의 우윳값도 잇따라 인상될 전망이다. 우유업계 가격 인상에 따라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과 과자, 빵, 커피 등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다른 제품의 가격도 오를 전망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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