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전두환 전 대통령이 비자금을 일가 재산으로 탈바꿈한 정황을 추적 중인 검찰은 처남과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에 주목하고 있다.
18일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부장검사)에 따르면 검찰은 이튿날 오전으로 예정된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2006년부터 경기도 오산의 부동산을 내다파는 과정에서 매매대금을 실제보다 줄인 다운계약서를 쓰고, 산림사업자를 가장하는 등의 수법으로 수십억원대 탈세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씨가 땅을 팔아 벌어들인 돈 가운데 수백억원이 전 전 대통령 자녀들에게 흘러든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씨가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재용씨에게 헐값에 부동산을 넘긴 대목도 그 실질이 매매가 아닌 증여에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씨는 전 전 대통령의 딸 효선씨가 어머니 이순자 여사로부터 땅을 물려받는 과정에도 중간명의자로 이름을 걸쳤다.
검찰은 애초 문제의 오산땅이 전 전 대통령이 무기명 채권 등의 형태로 맡긴 비자금으로 사들여져 관리되어 오다 장인 이규동씨, 처남 이창석씨를 거쳐 전씨 일가에게 되돌려진 것으로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전 대통령 측근은 전씨 일가 재산 가운데 가장 큰 덩어리인 오산땅 등이 장인 이규동씨가 사들여 1980-90년대에 증여·상속으로 넘겨준 만큼 비자금과 연결될 여지가 없다고 해명했으나, 그 이전에 이미 매입자금으로 쓸 돈뭉치가 넘어가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전씨 일가의 재산을 관리·분배하는 ‘관리인’역할임을 시인했다. 검찰은 이씨가 오산땅을 처분해 전씨 일가에 분배할 계획을 담은 문건도 확보했다. 이씨는 500억원 가량을 전씨 일가에 넘겨주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를 구속하는 대로 차남 재용씨, 딸 효선씨 등 전 전 대통령의 자녀들에 대한 소환조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장남 재국씨 역시 부동산 매각대금을 분배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 신병이 확보돼야 땅 매입에 비자금이 들어갔는지, 분배는 실제 됐는지, 그 경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에 대한 구속 여부는 1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김우수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당일 밤 늦게 가려질 전망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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