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두 달 만에 나선 복귀전. 기대했던 해결사의 명성은 찾지 못했다. 대신 A매치 최다 출전에 빛나는 노련함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충분했다. 홍명보 호(號) 2기에 발탁된 이근호(상주)다.
이근호는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의 축구 A대표팀 친선경기에 선발 로 나와 80분을 소화했다. 비록 득점을 올리지 못해 0-0 무승부로 만족했으나 활약은 단연 인상적이었다. 섀도 스트라이커로 출발해 사실상 프리롤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초반부터 적극적인 문전 쇄도가 돋보였다. 이근호는 전반 8분 윤일록(서울)이 왼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넘어지며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바운드 된 공이 골키퍼를 맞고 벗어나 아쉬움을 삼켰지만 상대 수비진을 위협하는 움직임이 날카로웠다. 5분 뒤에도 윤일록의 패스를 골키퍼 키를 넘기는 재치 있는 슈팅으로 마무리했으나 상대 수비가 가까스로 걷어내 득점엔 실패했다.
동료들과 연계 플레이도 비교적 무난했다. 전반 25분 페널티박스 왼 모서리에서 윤일록에게 노마크 찬스를 내줘 중거리 슈팅의 발판을 마련했다. 후반 35분 이승기(전북)와 교체될 때까지 총 4개의 슈팅을 시도하며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다만 승부를 가를 결정력 부재가 옥에 티로 남았다.
이근호는 전임 '최강희 호'에서 황태자로 군림했었다. 대표팀이 치른 14경기 가운데 12경기에 출전해 가장 많은 6골을 기록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선 3골을 터뜨리며 8회 연속 본선행의 디딤돌을 놓았다.
거듭된 상승세는 지난 3월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5차전 선제골을 마지막으로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에서 11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며 독보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대표팀 전술에 녹아들지 못해 고전했다. 결국 홍명보 감독 부임 이후 첫 경기인 지난달 동아시아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동아시안컵)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절치부심 다시 찾은 태극마크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이근호는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3골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으나 이후 1년간 부진을 거듭하다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남다른 시련으로 월드컵 출전에 대한 간절함이 누구보다 높다. 이날 절반의 성공 속에 마친 복귀전이 브라질행 생존 경쟁에서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김흥순 기자 sport@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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