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오너(honor)'는 명예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체면을 중시하지만 서양에서는 명예가 최우선이다. 미국 서부시대 카우보이는 명예를 죽음보다 중히 여겼다. 미국 최고의 훈장은 '메달 오브 오너(Medal of honor)', 미국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의 교훈(motto) 역시 '명예(Honor)'일 정도다. 미국 법관은 재판정에서 'Your honor'라는 존칭을 붙인다. 학교에서 최고의 상도 우등상(Honor student award)이다.
영국수상 윈스턴 처칠은 실제 인생에서 '명예(Honor)'를 가장 큰 교훈으로 삼았다. 영어로 '오너(honor)'는 분야를 막론하고 최고의 덕목인 셈이다. 골프에서도 명예를 존중하는 마음은 똑같다. 골프에서 '오너'는 티 샷을 먼저 할 권리(The honor is the privilege of teeing-off first)다.
티잉그라운드에 제일 먼저 올라가 티 샷하는 사람에게 '오너(Honor)'라는 칭호를 준다. 오래 전에 스코틀랜드에서 아랫사람이 고관대작에게 "You are honor, sir(먼저 치실 명예를 가지셨습니다)"라는 아부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티잉그라운드에서 "Who has the honor?(누가 오너죠)"하고 물으면 대답으로 "Your honor, Kim(김선생이 오너입니다)"라고 말하면 된다.
미국 각군 사관학교에서는 무감독 시험제도인 '오너 시스템(Honor system)'으로 유명하다. 골프도 마찬가지로 오너시스템이 있다. 심판 없이 플레이하고 친 타수를 계산해서 자신의 카드에 양심껏 기록한다. 이런 연유로 스코어카드를 적는 연필에는 지우개가 없다.
'소유자'라는 뜻의 '오우너(owner)'와 달리 '오-너'라고 발음해야 한다. 영국식은 Honour를, 미국에서는 Honor라고 쓴다. 첫 홀 티 샷의 '오너'를 결정하는 방법은 심지뽑기, 티팩 날리기, 동전 던지기 등이 있다. 외국에서는 연장자순이나 핸디캡이 높은 순으로 정하기도 한다. 순서를 뽑는 일명 '오너봉'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방식이다. 다음 홀부터는 스코어가 가장 좋은 골퍼가 먼저 티 샷을 한다.
두 번째 홀부터는 빠른 진행을 위해 역오너(Reverse honor) 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캐리드 오너(Carried honor)'는 첫 홀에서 동점이 된 경우 다음 홀에서 이전 오너가 우선권을 갖고 있다는 용어다. 발음은 '캐리 오너(Carry Honor)'로 한다. 프로대회에서는 특히 티 샷의 순서가 중요하다. '오너즈 폴트(honors fault, 오너의 실수)'는 다음 타자에게 전염이 된다는 속설도 있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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