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그린에서 흰 공을 가지고 플레이하는 방식은 똑같지만 여기서 파생된 골프용어는 나라마다 다르다.
그 나라의 문화적 배경을 모르면 실제 단어의 의미와 전혀 다른 경우도 허다할 정도다. 필자가 친 공이 핀을 향해 날아가 그린에 안착하자 이를 바라보던 미국인 친구가 "Good shot! It's on the green. Pin high!"라고 외친다.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공이 핀에 딱 붙었을 때 '핀 하이(pin high)'라고 하는 줄 알았다. 나중에서야 영국에서 발간된 골프용어사전을 보고 정확한 내용을 파악했다.
'핀 하이'는 그린을 향해 친 공이 홀을 중심으로 좌, 우로 대칭되는 곳에 놓이는 경우. '온 그린 되거나 그린 밖 에지, 또는 러프도 상관없다(When your ball is parallel with the hole, even if it's not on the green, it is pin high)'고 명시돼 있다. 다시 말해 거리는 일치했지만 방향이 좌우로 깃발(8피트 내외)만큼 비켜나갈 때 사용하는 용어다.
핀에 미치지 못했거나 오버했을 때는 사용하지 않는다. '핀 하이' 대신 '홀 하이(hole high)'라고 하는 미국인들도 많다. '핀 하이 샷(pin high shot)'은 그린의 홀에 직접 홀인원이라도 하려는 듯 아주 높은 탄도의 샷을 구사하는 것이다. 언덕진 홀에서 깃대의 맨 윗부분을 목표로 어프로치 샷을 할 경우에 마찬가지다.
최근 골프전문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는 한 골프용품 브랜드의 아이언 광고를 보면 '드로우, 페이드, 핀 하이, 백스핀' 등을 열거하는 장면이 있다. 원하는 방향과 목표대로 기술적인 샷을 구사할 수 있는 골프채라는 자랑이다. 요즈음에는 아마추어골퍼들도 러브 샷이나 핀 하이 샷을 구사하기 위해 58도 이상의 고탄도 웨지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탄도는 높아지지만 비거리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필자가 '핀 하이'로 오해했던 "내가 친 공이 홀에 아주 가까이 근접했다"는 표현은 "I've stiffed it"또는 "I've hit it stiff"다. 쉬운 표현으로는 "That stopped very near the pin"이라고 하거나 붙인 거리까지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다면 "My ball stopped two inches from the cup"이라고 말하면 된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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