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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죽을 맛" vs 대형마트 "여름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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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찌는 무더위에 희비 엇갈려

[아시아경제 김봉수, 박혜숙, 오연주 기자] "오늘처럼 푹푹 찌는 더위엔 나 같아도 이곳(재래시장)에 안 오겠다. 매출이 평소의 3분의1 정도도 안 나온다."


11일 오후 수도권의 한 재래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가영(가명)씨의 하소연이다. 최근 30도를 훌쩍 넘긴 무더위와 폭우가 계속되는 바람에 입지가 좋고 편의 시설을 잘 갖춰 손님 많기로 유명한 곳인 이 재래시장에도 손님이 뚝 끊겼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둘러 본 재래시장은 평소라면 저녁장을 보기 위해 나온 주부들과 주말 쇼핑객들로 골목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붐비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곳곳을 둘러 봐도 손님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이처럼 손님이 크게 줄어든 것은 최근 전국을 한증막처럼 달구고 있는 폭염이 주범이라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특히 '재래시장 현대화'를 위해 지붕에 설치해 놓은 '아케이드'로 인해 더운 공기가 정체되면서 시장 내부의 공기가 바깥보다도 2~3도 더 높아지는 것이 손님들의 발길을 더욱 끊어지게 하고 있다.


수도권의 다른 재래 상가도 상황은 비슷했다. 상가 내부는 아케이드로 천정이 막혀 있어 비는 막지만 바람이 통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바깥보다 다소 온도가 높아 후덥지근한 상가를 지나다보니 저절로 목덜미에서 땀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어쩌다 지나가는 손님들을 바라보는 상인들의 표정에도 지친 기색이 가득했다. 연신 상의 단추를 풀어 헤치고 선풍기를 쐬며 손부채를 부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곳에서 만난 쇼핑객 김모(39)씨는 "재래시장에 오면 물건 값도 싸고 과소비도 피할 수 없어서 자주 오는데 요즘은 더위 때문에 아이들이나 가족과 함께 오지 못하고 혼자 온다"며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아 정해 놓은 물건만 사고 얼른 집에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냉방시설을 잘 갖춰 놓은 대형마트ㆍ백화점 등은 더위를 피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러 온 사람들 때문에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날 오후 5시께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휴가철임에도 인파로 북적댔다. 특히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고 저녁까지 해결하는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식당 코너마다 한 가족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도 집에 돌아가지 않고 백화점 및 인근 대형마트, 극장 등에서 '피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날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에서 만난 박모(39ㆍ남동구 구월동)씨는 "가족 모두 오후와 저녁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며 "집에 있으면 에어컨을 계속 틀게 되는데 백화점에 오니 시원한 곳에서 쇼핑도 하고 저녁까지 해결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아이들도 집에 있는 것 보다 더 좋아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들도 야간 쇼핑 증가 등으로 '여름 대목'을 맞이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낮에는 워낙 날씨가 덥고 실내온도도 26도로 맞춰 놓을 수밖에 없어서 장을 보러 오는 소비자들이 주로 저녁에 온다"며 "열대야도 있고 해서 야간 매출이 늘었다. 8시~9시 이후의 매출이 평소 대비 20%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김봉수, 박혜숙, 오연주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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