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첫 세법개정안이 발표됐다. 이명박정부 때의 감세 대신 증세로 방향을 돌린 점이 눈에 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세율이나 과표구간 조정과 같은 직접증세가 아니라 비과세ㆍ감면 축소와 같은 간접증세다. 대표적으로 봉급생활자에 대한 세감면을 줄였다. 이를 통해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기준 조세부담률을 2017년까지 20.7%로 높일 방침이다. 2010년의 19.3%에 비하면 1.4%포인트, 지난해의 20.2%에 비하면 0.5%포인트 높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4.6%에 비하면 3.9%포인트 낮다.
인구구조의 고령화와 복지확대 정책에 따라 정부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방향전환을 한 것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방향만 돌렸을 뿐 조세부담률을 올린 폭이 작아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정부의 이런 옹색한 태도가 세법개정안에 그대로 반영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세법개정안의 증세효과는 5년간 약 12조원이다. 박근혜정부의 공약가계부상 같은 5년간 140개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세입확충 목표액 48조원의 25%에 불과하다. 나머지 75%의 세입확충은 대부분 지하경제 양성화와 내년 이후 세법개정 두 가지를 통해 달성해야 한다. 세입확충 목표 중 약 60%가 할당된 지하경제 양성화가 기대에 못 미치게 되면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쉬운 일이 아니다. 간접증세 위주 세법개정만으로는 소요재원에 턱없이 부족하다.
기획재정부는 박 대통령의 '(직접)증세 없는 복지 확대' 원칙을 최대한 지키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중산층 이상 봉급생활자'의 세금부담을 늘리는 꾀를 낼 수밖에 없었다. 교육비ㆍ의료비 등에 대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고,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15%에서 10%로 축소키로 했다.
이로 인해 연봉 3450만원 이상 근로자 434만명의 세금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정부는 이들을 전체 근로자의 28%에 해당하므로 '상대적'으로 고소득 집단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전통적 의미의 '중산층'에 미달하는 '서민'이다. 전형적인 '유리지갑' 털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부과하는 세금은 줄여 주면서 봉급쟁이 세금은 늘리는 이번 세법개정안이 서민들에게는 결코 달가울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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