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운전사, 사고기 승무원 희생정신에 감동…삼겹살 회식비 보내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사고기 승무원들과 꼭 삼겹살 먹겠습니다."
날리는 흙먼지마저 뜨거웠던 지난 8일 오전. 경상북도 청송군의 한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아스팔트를 달리던 허름한 덤프트럭의 운전자 정종성씨는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입니다. 정종성 선생님이 맞으신지요."
정씨의 동공은 확대됐다. 그도 한때는 잘 나가던 직장인이었다. 비행기 타고 외국 출장도 다녔다. 박 회장이 누구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특히 그는 지난달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기 착륙사고 당시 승무원들의 초인적인 헌신과 그들을 공항까지 나가 맞이한 박 회장에 대한 얘기를 접하고 감동받았다. 그는 감동의 여파를 주체하지 못하고 승무원들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었다.
그는 편지에서 "승무원 여러분과 회장님은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했다"며 아무리 훈련을 잘 받았다고 해도 자신의 탈출보다 승객들을 위해 헌신한 것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인생교육이 됐다"고 적었다.
그는 편지와 함께 "승무원들이 모여 삼겹살 회식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그의 월급 200여만원 중 30만원을 동봉했다. '월급이 이제 나와 늦게 보낸다'는 말도 함께 였다.
편지는 지난 2일 승무원들에게 전해졌다. 박 회장은 지난 8일 정씨의 편지를 접하고 전화번호를 수소문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이날 오전 번호가 입수되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박 회장은 "너무나도 고맙다"며 말문을 텄다. 또 "승무원들은 할 일을 해줬으며, 저는 제 딸 같은 승무원들이 먼 타지에서 스스로와 회사를 위해 힘써 준 것이 너무나 고마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 회장은 "아름다운 사회를 만든 것은 오히려 정 선생"이라며 "승무원들과 삼겹살을 꼭 먹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전화를 마치고 경영진 회의에서도 편지 내용을 공유했다. 또 '사고와 연이은 관련 조사로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 걸로 알고 있다'며 '힘을 내서 이겨나가자'고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씨도 박 회장과의 통화 후 "나이 육십에, 올해 들어 두 번의 감동을 받았다"며 "아시아나 승무원들의 희생과 박 회장의 전화가 내 삶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회상했다.
한편 정씨와 같이 사고 후 승무원들의 승객 구조에 감동을 받았다는 격려의 편지와 이메일이 아시아나항공에 속속 접수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관련 서신이 220여통 정도 접수됐다고 밝혔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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