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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꽃할머니' 다룬 다큐영화 '그리고 싶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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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그림책 '꽃할머니' 출간과정 다뤄...개봉 광복절인 15일

위안부 '꽃할머니' 다룬 다큐영화 '그리고 싶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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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심달연 할머니의 취미는 '꽃누르미'(압화)였다. 곱디고운 꽃을 보면서 70년 가까이 쌓여온 마음의 상처를 치료했다. 말년을 꽃과 함께 지내다 할머니는 지난 2010년 8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언니와 함께 산나물을 뜯으러 나선 길에 일본군에게 잡혀 위안부로 끌려갔던 게 13살 때의 일이다. 그 고통의 기억이 할머니의 남은 생애 내내 따라다녔다. 해방 뒤 돌아온 고국에서도 할머니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아무 말도 못하고 후유증에 시달렸다. 이후 차츰 용기를 내 위안부 문제 해결에 활동가로 앞장섰다. 그러나 할머니 생전에 그토록 바라던 일본 정부의 사과는 결국 듣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다큐멘터리 '그리고 싶은 것'은 평화그림책 '꽃할머니'의 출간 과정을 담은 영화다. '꽃할머니'는 그림책 작가 권윤덕 씨가 심달연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작업한 작품이다. 평화그림책은 2005년 일본 작가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로, 한·중·일 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이 만든 그림책 총 36권을 각 국에 모두 선보이기로 합의해 한국에서는 사계절 출판사, 일본에서는 도신샤, 중국에서는 이린출판사가 각각 출판을 맡았다. 일본에서 먼저 평화그림책을 만들자는 제안이 왔다는 점, 한·중·일 3국이 모두 함께 참여한다는 점이 고무적으로 작용했다.


권윤덕 작가는 '꽃할머니'의 작업을 어렵사리 완성하지만 뜻하지 않게 일본 출판사와 갈등을 겪게 된다. 작품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선에서 한국과 일본의 출판사는 다른 입장을 취한다. 위안부 문제를 명백한 국가에 의한 성폭력으로 담아낸 권 작가의 그림은 '할머니의 가슴 아픈 개인사 전달'에 초점을 맞추려는 일본 출판사와 충돌한다. 특히 일본 출판사는 전쟁 당시 일본군 병사들에게 지급됐던 콘돔 '돌격일번(突擊一番)'이 천황의 얼굴과 대비돼있는 스케치를 문제로 지적한다.

위안부 '꽃할머니' 다룬 다큐영화 '그리고 싶은 것'


또 최근 들어 급속도로 우익화돼고 있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도 출판의 걸림돌이 됐다.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이고, 일본 우익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염려가 있다", "전쟁을 모르고 자라고 있는 아이들한테 이것을 알리는 게 적절한 일인지 모르겠다" 등의 입장을 내세우면서 일본 출판사는 출판 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현재 '꽃할머니'의 일본어판은 아직까지도 출간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출간 자체를 포기한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영화는 '꽃할머니'의 주인공 심달연 할머니의 장례식 장면을 담으며 '기록되지 못한 20만명의 소녀, 기억하지 않는 진실은 사라진다'고 고요히 외친다. 현재 위안부 생존자 할머니는 58명이다. 권윤덕 작가는 "처음에는 작품이 증오심과 복수심이 강하고 폭력적인 그림으로 표출됐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고 이 문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를 고민하면서 변해갔다. 그러면서 '꽃할머니'는 아름답고 슬픈, 가슴에 와닿는 책으로 그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봉은 오는 광복절인 15일이다. 개봉 당일에는 2000년 '여성 국제전범 법정'에 일본 왕을 기소한 검사로 활약한 전력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GV)'도 진행한다. 영화 수익금의 일부는 '일본군 위안군 역사관 건립기금'과 전시 성폭력 피해여성을 후원하는 '나비 기금'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위안부 '꽃할머니' 다룬 다큐영화 '그리고 싶은 것' '꽃할머니' 그림책의 한 부분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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