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휴가철을 맞아 재계가 '경거망동' 주의보를 내렸다. 몸과 마음이 해이해지기 쉬운 휴가철 임원들의 품행을 단속하고 나선 것이다. 연일 논란이 되고 있는 '갑을 논란'으로 인해 재계가 스스로 내부 단속을 하고 나선 것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최근 임원들에게 휴가와 해외 출장 시 민항기를 이용할 때 품행에 유의해 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포스코 임원의 기내 소란 사건이 있은 뒤 삼성그룹 임원 중에서도 기내에서 고자세인 사람들이 있다는 의견들이 접수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에는 내부 에티켓 특별강의도 받았다. 주로 갑을 관계가 형성돼 있는 서비스업 직원이나 거래처, 협력사에 항상 겸손하고 자세를 낮춰 달라는 내용이었다.
삼성그룹이 이처럼 임원들 단속에 나선 까닭은 임원 개인의 품행이 회사 이미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개 개인의 문제가 회사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져 고압적인 '갑(甲)'으로 굳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기내 소란 사건으로 한차례 곤욕을 치른 포스코 역시 지난달 말 본사는 물론 전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외부 기관 및 서비스 업종 사람과 접촉할 때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포스코는 관련 사고가 있은 뒤 수개월 동안 갑을 논란에 시달려왔다. 수년간 쌓아왔던 회사 이미지도 한 번에 추락했다. 때문에 더 이상의 경고망동은 허락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 계열사 임직원에게 보낸 것이다.
항공업계도 휴가철 경고망동 주의보를 띄웠다. 여타 기업들과 다른 점은 휴가객들의 경거망동을 슬기롭게 잘 넘겨달라는 주의보다. 인천 공항 이용객들이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정도로 휴가객들이 늘어나며 기내에서 괜한 트집을 잡거나 무례한 행위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슬기롭게 대처해 일을 크게 만들지 말자는 일종의 서비스 강화에 나선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휴가철을 맞아 자칫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연이어 내부 단속에 나서고 있다"면서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어느 회사의 누가 사고를 쳤다는 얘기가 들리면 그 회사의 평판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갑을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어 올해 휴가철에는 유난히 집안 단속이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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