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칼로 수염 깎고, LP로 음악 듣고, 시가·파이프 흡연···관련제품 인기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직장인 최모(38세)씨는 스마트폰으로 터치 한번이면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음원보다 전축에 LP판을 걸고 음악 을 감상한다. 피우는 방법이 복잡하고 관리하는 데 손도 많이 가지만 일반 필터담배와 다른 멋이 있는 시가와 파이프 담배도 즐긴다. 최 씨는 "스마트한 시대에 손이 많이 가지만 스트레스도 풀리고 나만의 고유한 멋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클래식 문화를 찾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8~19세기 유럽 상류층 남성의 피부를 관리하던 전문 바버 살 롱(barber salon)의 철학을 계승한 LG생활건강 화장품 브랜드 '까쉐'의 쉐이빙세트 7월 판매량이 전월 대비 50% 증가했다.
까쉐 클래식 쉐이빙 세트는 중세 유럽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의 쉐이빙 크림, 브러쉬, 면도기, 거치대 등으로 구성했다. 클래식한 디자인과 부드러운 사용감에 대한 입소문을 타고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일상에 지친 남성 소비자들이 조용하게 자신 만의 시간을 갖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다"며 "바쁜 일상에서 면도하는 시간만큼은 방해받고 싶지 않은 남성들 사이에서 쉐이빙 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쉐이빙 세트는 선용용으로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클래식한 디자인과 피부관리법에 호기심을 느낀 남성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 시가와 파이프 담배를 파는 매장도 증가 추세다. 한남동에 자리잡고 있는 '더 셜 록'은 시가와 파이프 담배를 함께 팔고 있다. 국내에서 다소 생소한 시가와 파이프를 찾는 30~40대 남성들이 자주 방문한다. 불만 붙이면 되는 필터 담배와 달리 피우는 방법이 복잡하고 관리하는 데 손도 많이 가지만 시가의 멋과 파이프의 향에 취한 이들은 날로 늘고 있다. 가격은 7000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다양하다.
매장 직원은 "보통 담배와 달리 파이프 담배는 바닐라, 카라멜, 모카 등 다양한 향을 내기 때문에 냄새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편"이라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가와 파이프를 찾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올해들어 30, 40대 회사원들이 많이 구매해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시가와 잘 어울리는 싱글몰트 바도 최근 몇 개월 사이 서울에서만 청담동 한남동 이태 원동 홍익대 근처에 10곳 정도가 생겨났다. 30∼50대 남성 주로 찾는다.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을 갖는 남성도 적지 않다. 음질이 떨어지지만 '지직'거리는 소리를 일부러 찾아오는 LP 매니아들은 줄지 않고 있다. LP를 틀어주는 카페에선 향수에 젖은 중년 남성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클래식 문화가 확산되면서 대기업들도 관련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LG전자는 레트로 디자인을 적용한 '클래식 TV'를 출시했다. 앞서 LG전자는 '클래식 미니빔 TV'도 내놓았다. 필름 영사기 디자인을 채용한 TV 겸용 프로젝터로 캠핑족 사 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배터리만으로도 영화 한편(2시간)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혜선 기자 lhs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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