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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실명제 20년, 차명계좌 금지할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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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일로 금융실명제가 도입된 지 꼭 20년이 된다. 금융실명제는 실명에 의하지 않은 금융거래를 금지함으로써 검은돈을 매개로 한 각종 지하거래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없는 이름(허명)이나 가짜 이름(가명)에 의한 계좌는 금지한 반면, 경제에 미칠 충격을 우려하여 빌린 이름(차명)에 의한 계좌는 묵인함으로써 빈틈이 생겼다. 또한 비실명 계좌의 실소유자와 명의상 계좌주는 문제 삼지 않고 실명 확인을 하지 않은 금융회사 직원에게만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여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 결과로 차명계좌를 이용한 탈세ㆍ불법증여ㆍ범죄ㆍ부정부패ㆍ비자금 운용 등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됐다. 최근 몇 년간만 봐도 삼성ㆍ한화ㆍSKㆍCJ 등 주요 대기업그룹 대주주가 관련된 경제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어김없이 차명계좌가 무더기로 드러났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기업들로부터 받은 뇌물 중 일부를 차명계좌로 관리했다. 의사ㆍ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차명계좌를 이용해 불법 탈세를 한 사실은 그동안 셀 수 없이 적발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의 어제 발표에 따르면 대출 사기나 피싱 사기와 관련된 대포통장 유통 건수가 연간 4만건이 넘는다고 한다. 대포통장은 범죄 등에 이용하기 위해 불법으로 매입한 통장이나 계좌주를 기망ㆍ공갈하는 수법으로 가로챈 통장이므로 차명계좌와는 다른 개념이다. 그러나 차명계좌가 묵인되기 때문에 범죄자들이 대포통장을 이용할 수 있는 틈이 생기는 것이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어제 차명계좌를 이용한 저축은행 대출비리 규모가 6조7000억원에 이른다는 추정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감독당국에 적발된 대출비리에 한한 것이므로 실제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태를 방치하고서는 경제의 투명화와 선진화는 공염불이다. 박근혜정부가 국정과제의 하나로 내건 지하경제 양성화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침 국회에 차명계좌를 금지하고 위반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의 법안이 여러 건 제출돼 있다. 그런 방향으로 금융실명제를 보강할 때가 됐다. 경제에 미칠 충격은 유예기간 설정 등을 통해 최소화하면 되고, 친목회 통장 등 선의의 차명계좌는 예외로 허용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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