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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존이구동(尊異求同)이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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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존이구동(尊異求同)이 필요한 시대 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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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향적인 아내는 할 이야기가 많아 남편이 퇴근하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내향적인 남편은 퇴근 후 조용히 쉬고 싶은 생각뿐이다.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아내는 방학 동안 컴퓨터게임만 하는 아들 문제를 얘기한다. 남편은 매번 반복되는 얘기로 쉴 틈을 주지 않는 아내가 짜증난다. "공부는 자기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지"라며 간섭하지 말라고 쏘아붙인다. 아내는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는 것이지 대안을 달라는 게 아니었기에 빈정이 상한다.


감정 섞인 몇 마디가 오가다 부부싸움으로 번진다. 부부싸움 후 이성적인 아내는 남편에게 화난 것은 화난 것이고 식사는 해야 하니까 정성껏 식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퉁명스럽게 "밥 먹어"라고 말한다. 감정이 상한 감정적인 남편은 이런 기분 상태에서 무슨 밥이냐며 "안 먹어"라고 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사람은 참 다르다. 부부처럼 오랜 기간 함께 살 부딪히고 살아도 맞춰갈 뿐,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

70억 인구 중에 지문이 같은 사람은 없다. 생각이 같은 사람도 없다. 이 세상에는 70억개의 서로 다른 우주가 존재하는 셈이다. 이 세상 하나뿐인 다른 사람들이 가정이나 회사라는 공동체에서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서로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존중'이란 가치가 필요하다. '존중'은 '타인의 영역, 즉 사람마다 가진 고유의 기질과 생각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외향적인 사람이 내향적인 사람을 소심하다고 하거나,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을 경박하다고 비난하면 안 된다. 이성적인 사람이 감성적인 사람을 생각 없다고 하거나 감성적인 사람이 객관적인 사람을 메마르다고 해서도 안 된다. 가치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진보라고 하여 보수를 수구라고 몰아붙이고, 보수라고 하여 진보를 급진이라고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 '존중'은 다른 것을 틀리다고 말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 오른손잡이에게 왼손으로 글씨를 쓰라거나, 왼손잡이에게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라고 하는 것과 같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다를 뿐이다.

하지만 가정과 회사 같은 공동체 생활에는 '타인의 영역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동체는 존재이유와 목적이 있다. 함께 생활하고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원치 않게 타인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 그래서 '존이구동(尊異求同)'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 간에 다름을 '인정(尊異)'하되 그중에서도 같은 것을 '찾자(求同)'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부모자식 간에 세대차이로 인한 가치관이 다른 것은 인정하되, 가정을 행복하게 유지하기 위한 공통의 약속을 찾자는 것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개개인의 관계에서 동료의 성향과 가치관이 다름은 인정하되, 회사에서 공통의 원칙과 기준을 정해 지키는 것은 필요하다는 얘기다. 존이구동에는 전제가 한 가지 있다. 공통의 원칙과 기준을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는 서로 합의해서 정하는 것이 좋다.


지금은 초ㆍ중ㆍ고 학생들이 방학을 맞고 많은 직장인들이 휴가를 보내는 시기이다. 각자 자기 영역에서 성실히 살았던 가족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휴가를 보내고 나면 사이가 나빠지는 가정이 적지 않다고 한다. 어떻게 존이구동할까? 상대방을 비난하는 이런 말은 피하면 좋겠다. "하루 종일 빈둥거리기만 하니?" "당신은 여행와서도 자꾸 혼자 있으려고 해?"


공부에, 살림에, 일에 지친 자녀, 아내, 남편 모두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자. 그리고 행복한 방학과 휴가를 보내는 데 필요한 것을 함께 다짐하자. "행복한 휴가를 보내자" "솔선수범하고 서로 돕자" "잔소리는 줄이고 칭찬을 많이 하자" 그리고 "서로에게 감사하자".


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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