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충무로에서]존이구동(尊異求同)이 필요한 시대

시계아이콘01분 39초 소요

[충무로에서]존이구동(尊異求同)이 필요한 시대 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AD

외향적인 아내는 할 이야기가 많아 남편이 퇴근하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내향적인 남편은 퇴근 후 조용히 쉬고 싶은 생각뿐이다.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아내는 방학 동안 컴퓨터게임만 하는 아들 문제를 얘기한다. 남편은 매번 반복되는 얘기로 쉴 틈을 주지 않는 아내가 짜증난다. "공부는 자기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지"라며 간섭하지 말라고 쏘아붙인다. 아내는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는 것이지 대안을 달라는 게 아니었기에 빈정이 상한다.


감정 섞인 몇 마디가 오가다 부부싸움으로 번진다. 부부싸움 후 이성적인 아내는 남편에게 화난 것은 화난 것이고 식사는 해야 하니까 정성껏 식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퉁명스럽게 "밥 먹어"라고 말한다. 감정이 상한 감정적인 남편은 이런 기분 상태에서 무슨 밥이냐며 "안 먹어"라고 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사람은 참 다르다. 부부처럼 오랜 기간 함께 살 부딪히고 살아도 맞춰갈 뿐,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

70억 인구 중에 지문이 같은 사람은 없다. 생각이 같은 사람도 없다. 이 세상에는 70억개의 서로 다른 우주가 존재하는 셈이다. 이 세상 하나뿐인 다른 사람들이 가정이나 회사라는 공동체에서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서로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존중'이란 가치가 필요하다. '존중'은 '타인의 영역, 즉 사람마다 가진 고유의 기질과 생각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외향적인 사람이 내향적인 사람을 소심하다고 하거나,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을 경박하다고 비난하면 안 된다. 이성적인 사람이 감성적인 사람을 생각 없다고 하거나 감성적인 사람이 객관적인 사람을 메마르다고 해서도 안 된다. 가치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진보라고 하여 보수를 수구라고 몰아붙이고, 보수라고 하여 진보를 급진이라고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 '존중'은 다른 것을 틀리다고 말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 오른손잡이에게 왼손으로 글씨를 쓰라거나, 왼손잡이에게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라고 하는 것과 같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다를 뿐이다.

하지만 가정과 회사 같은 공동체 생활에는 '타인의 영역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동체는 존재이유와 목적이 있다. 함께 생활하고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원치 않게 타인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 그래서 '존이구동(尊異求同)'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 간에 다름을 '인정(尊異)'하되 그중에서도 같은 것을 '찾자(求同)'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부모자식 간에 세대차이로 인한 가치관이 다른 것은 인정하되, 가정을 행복하게 유지하기 위한 공통의 약속을 찾자는 것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개개인의 관계에서 동료의 성향과 가치관이 다름은 인정하되, 회사에서 공통의 원칙과 기준을 정해 지키는 것은 필요하다는 얘기다. 존이구동에는 전제가 한 가지 있다. 공통의 원칙과 기준을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는 서로 합의해서 정하는 것이 좋다.


지금은 초ㆍ중ㆍ고 학생들이 방학을 맞고 많은 직장인들이 휴가를 보내는 시기이다. 각자 자기 영역에서 성실히 살았던 가족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휴가를 보내고 나면 사이가 나빠지는 가정이 적지 않다고 한다. 어떻게 존이구동할까? 상대방을 비난하는 이런 말은 피하면 좋겠다. "하루 종일 빈둥거리기만 하니?" "당신은 여행와서도 자꾸 혼자 있으려고 해?"


공부에, 살림에, 일에 지친 자녀, 아내, 남편 모두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자. 그리고 행복한 방학과 휴가를 보내는 데 필요한 것을 함께 다짐하자. "행복한 휴가를 보내자" "솔선수범하고 서로 돕자" "잔소리는 줄이고 칭찬을 많이 하자" 그리고 "서로에게 감사하자".


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