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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칼럼]'박 대통령, 김중수 총재 후임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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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칼럼]'박 대통령, 김중수 총재 후임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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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의 인사 스타일이 바뀐 것인가. 내년 봄에 임기가 끝나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자 윤곽이 떠올라 벌써부터 논란이 뜨겁다. 입 무거운 박 대통령도 의중을 드러냈다. 언론이 흥분할 만하다. 다음은 관련기사의 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김중수 한은 총재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A 전 경제장관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된다.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면담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내년 3월 임기를 끝내는 김 총재의 후임 인선을 놓고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유력한 후임으로 오르내리는 A 전 장관에 대해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등의 비판은 공정하지 않다고 두둔했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대학 강단으로 돌아간 A 전 장관은 전 정권에서 경제장관을 지낸 인연으로 후보로 급부상했다. 그는 B 한은 부총재와 2파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A 전 장관은 고액의 금융기관 고문을 지낸 경력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데다 성차별적 언동 전력도 구설에 오른 상태다.

청와대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언급은 열심히 일한 경제팀 멤버를 옹호한 것으로 받아들여야지 실제 인사와 관련해 추측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금융계의 여론을 전하는 기사도 나왔다.


<여의도 금융가는 A 전 장관을 싫어한다. 무엇보다 김 총재와 달리 수시 금리조정을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한 신문사가 금융인 14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차기 한은 총재로 B 부총재가 돼야 한다는 의견은 50%였으나 A 전 장관 지지는 2.5%에 불과했다.>


소설 같은 얘기라고? 원본과 모델이 있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후임 인선을 둘러싼 미국 언론의 보도다. 그 내용을 한국 버전으로 바꿔 놓았을 뿐이다. 오바마는 박 대통령, 버냉키는 김 총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A 전 경제장관, 옐런 FRB 부의장은 B 한은 부총재, 월가는 여의도 금융가로.


미국은 지금 세계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는 버냉키 의장의 후임 논쟁과 검증이 치열하다. 세계도 '포스트 버냉키'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양적완화' 한마디에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나의 시선을 끈 것은 버냉키 후임이 아니라, 일찍부터 달아오른 후임자 논란이다. 버냉키의 임기는 내년 1월, 김중수 총재는 내년 3월이다. 버냉키의 경우를 김 총재로 대치하면 요즘의 미국은 한국의 9, 10월이다. 그때쯤 김 총재의 후임자 윤곽이 드러나 금융시장이 시끄럽고, 언론은 검증에 나서고, 대통령도 의중을 슬쩍 비치며 여론을 살피는 일이 한국에서 일어날까.


꿈같은 얘기다. 미 FRB 의장 정도는 아니지만 한은 총재도 대한민국 돈값을 지키는 무거운 책무의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이다. 예전 한은법에는 '고매한 인격'을 못 박은 규정도 있었다. 그런 한은 총재가 법정 임기나마 지키기 시작한 게 근년이다. 권력과의 관계, 정부의 입맛, 지연과 학연 등은 과거 인사의 주요 잣대였다. 미국의 경우처럼 일찍 후보에 오른다면 그는 분명 배겨나지 못할 것이다. 천기누설 괘씸죄에, 이런저런 괴소문에, 주위에서 곱게 놔둘 리도 없다.


'나도 몰랐다'는 비리로 인사청문회 때마다 장관후보가 우수수 낙마한다. 깜깜이 인사에 깜짝 놀란다. 벌써 임기가 끝난 기관장들이 하염없이 자리를 지킨다. 그것이 우리의 우울한 인사 현실이다. 힘 빠진 미국이 그래도 버텨내고 있는 것은 '포스트 버냉키' 논쟁과 같은 열린 인사와 여론의 필터링이 있어서가 아닐까.






박명훈 주필 pm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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