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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보르헤스가 18년 관장 맡았던 아르헨 도서관에 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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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서재에서-윤승용의 '사람읽기' 인터뷰④]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

#윤승용 논설고문의 '리더의 서재에서'를 연재합니다. CEO와 경제지식인들의 지적보고(知的寶庫)를 탐방해 깊이있는 성찰의 결과들을 함께 음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윤 고문은 언론사 기자 출신으로 국방홍보원장,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으며 저서 <언론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등을 출간했습니다.


시각장애 보르헤스가 18년 관장 맡았던 아르헨 도서관에 감명 유종필 관악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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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카피라이터를 방불케하는 발군의 편집기자였고, 또한 뚝심으로 다져진 민완기자이기도 했으며 시청자를 쥐락펴락했던 시사인형극의 인기작가. 정계에 입문한 뒤에는 최장수 정당 대변인으로 활약하며 박람강기로 다져진 조어력으로 정가에 향기로온 정치논평을 정착시켜 화제를 모으더니 어느날 국회도서관장이 된 뒤로는 도서관전도사로 변모한 팔방미인.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에 언론이 붙여준 프로필들이다.2010년 지방선거에서 12쪽짜리 선거공약 홍보물의 절반을 도서관 공약으로 채우고 나머지를 당시의 핫이슈였던 교육ㆍ보육 등 복지공약을 내세워 당선됐던 유 청장은 취임 3년 만에 관악구를 도서관특구로 탈바꿈시키는데 앞장서 많은 다른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돼가고 있다.

평소 "리더(reader)만이 리더(leader)r가 될 수 있다"고 주창하는 유 청장은 "책과 도서관 덕에 15년만에 구청장의 꿈을 이루었다"며 구청 1층에 자리한 '용꿈꾸는 작은 도서관'을 바라보며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다.


-구정의 중점 사업이 듣기에도 생소한 '지식복지사업'이던데 이건 무슨 뜻입니까?
▲햇볕이 부자나 가난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비추어 주듯이 구민 누구나 평등하게 지식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지식복지' 입니다. 요즘 '보편적 복지'가 강조되는데 모두 물질적인 개념입니다. 물질적 복지도 필요하지만 누구나 공평하게 지식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지식복지'도 중요합니다. 우리 구는 '지식복지' 실현을 위해 도서관과 교육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구청 청사 1층에 도서관을 짓고 '작은 도서관 설치'운동을 벌여나가는 등 도서관 전도사임을 자임하고 있는데 실제로 도서관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요?
▲어릴 적에는 시골에서 살았기 때문에 도서관을 몰랐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학교도서관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시절 독서반에 가입해서 책을 읽고 토론도 하면서 도서관을 자주 이용했습니다. 제가 도서관과 인연을 맺은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국회도서관장 직을 맡게 된 것입니다. 정치부기자와 정당 활동을 하면서 20년 가까이 국회도서관 앞을 지나다녔지만 그 도서관 관장이 될 줄은 전혀 생각도 안 해 봤습니다. 국회도서관장을 맡고 업무적으로, 또는 사적으로 세계의 많은 도서관을 접하게 되면서 도서관이 제게 더 크게 각인되었습니다(그의 부인도 도서관을 드나들다 만난 사서출신이다).


-구청 1층에 도서관이 있던데 사연이 궁금합니다.
▲'구청 1층에 도서관을 지어 관공서 청사 도서관의 모범을 보이자' 하는 것은 구청장 취임 초부터 계속 생각해 오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에 구청이나 보건소를 방문하는 주민들께서 구청에 오면 마땅히 쉴 곳이 없다고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동안 예산이 부족해서 구상만 하다가 제가 아는 어떤 기업인이 일부를 지원해주겠다고 해서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관공서에 가보면 도서관이 8층에 있고 10층에 있기도 한데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은 일부러 찾아가는 곳이 아닙니다. 거리를 가다가 빵집에 진열된 빵을 보면 갑자기 먹고 싶어 들어가듯 도서관도 그래야 합니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청사에서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내부가 잘 보일 수 있도록 벽면을 유리로 투명하게 만들었습니다. 도서관 이름이 '용꿈 꾸는 작은도서관'인데 작은도서관에서 큰 꿈을 꾸라고 지은 이름입니다. 마침 도서관이 '청룡동'에 있고 도서관을 만든 작년이 '용의 해'였습니다.


-'걸어서 10분거리 작은도서관운동'이란 게 무언가요?
▲ 멀리 있으면 가지 않게 되는 것이 도서관입니다. 집 가까운 곳에 있어 누구나 틈만 나면 이웃집에 놀러가는 기분으로 갈 수 있어야 좋은 도서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접근성 면에서는 물론이고, 도서관 기능도 엄숙한 분위기보다는 놀이터, 쉼터, 문화공간처럼 변해야 한다고 봅니다. 실제로 우리 구의 행운동에 '책이랑놀이랑도서관'을 만들었는데 내부 열람실 한 쪽에 조합놀이대를 설치했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평소 책은 어떤 방식으로 읽는지요?
▲저는 책을 유목민처럼 읽습니다. 사무실에도 놓고, 집에 가면 거실에 한권, 화장실에 한권,자주 이용하는 곳마다 한권씩 놓고 짬나는 대로 봅니다.


-요즘 보고있는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3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와 개그우먼 김미화의 '웃기고 자빠졌네'를 읽고 있습니다. 하루끼의 책은 일본에서 출간 1주 만에 100만부를 돌파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작품으로 주인공 '다자키 쓰쿠루'가 잃어버린 과거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렸으며, '웃기고 자빠졌네'는 개그우먼과 시사프로 진행자로 널리 알려진 김미화씨의 자전적 에세이로 본인의 일상생활을 진솔하게 기록한 책입니다.


-잡 오아시스(Job Oasis)라는 취업도서관도 만드셨던데 어느정도 효과가 있나요?
▲제가 미국 도서관들을 가보니 도서관에 '취업정보센터'가 있었습니다. 도서관은 이미 모든 걸 성취한 사람보다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의미가 있는 시설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구립도서관에 일자리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잡 오아시스(Job Oasis)'라고.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일 겁니다. 지난해 4월 설치했는데 그동안 1만 3959명이 방문했고, 331명이 이 곳을 통해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또, 작년 9월부터는 삼성전자의 도움으로 '청년드림 관악캠프'를 설치하고 '대기업 임직원과 함께하는 멘토링'을 통해 진로, 취업과 관련된 상담 및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세계도서관 기행'이라는 책도 쓰셨던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도서관은?
▲"도서관은 영원히 지속되리라. 불을 밝히고, 고독하고, 무한하고, 확고부동하고, 고귀한 책들로 무장하고, 쓸모없고, 부식되지 않고, 비밀스런 모습으로"라는 명구를 남긴 라틴문학의 거장 보르헤스가 눈먼 상태로 18년 동안이나 관장으로 있었던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입니다. 제가 가 본 세계 어느 도서관과도 닮지 않은 독특한 개성이 인상적이었던 브루탈리스트 양식의 건축물로 지어진 도서관인데, 장식물 하나 없어도 저렴해 보이지 않고 상당히 품위가 느껴졌습니다. 또한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의 탄생은 아르헨티나 독립운동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아르헨티나는 1810년 나폴레옹의 스페인 침공을 계기로 '5월 혁명'으로 불리는 독립운동의 횃불을 들었습니다. 독립운동 과정에서 도서관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그해 9월에 국립도서관이 설립되었습니다. 도서관의 역사는 민주주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도서관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르신 자서전 사업'도 실시중이던데요.
▲평범한 어르신 한분 한분의 개인사에 우리나라 근ㆍ현대사가 농축되어 있습니다. 아주 소박한 삶을 사신 분도 역사의 한 부분입니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자서전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자서전은 가족들도 잘 몰랐던 부분을 글로 알릴 수 있는 소통의 계기가 되어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요즘 칠순이나 팔순잔치 가 보면 기념품으로 수건, 우산 같은 것을 주는데 자서전을 기념품으로 나눠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사업도 전국에서 우리 구가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자서전 쓰기를 희망하는 어르신의 신청을 받아 제작비 일부를 지원합니다. 현재는 예산 사정으로 1년에 10분씩만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 구가 마중물이 되어 '자서전 쓰기'가 새로운 사회문화운동으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학에도 조예가 깊은 것 같던데요.
▲할아버님이 서당 훈장님이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책을 잡고 계실 정도로 정말 대단하신 분이었습니다. 이런 영향을 받아 대학 때 한국고등교육재단의 한학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한학을 공부했습니다. 정당 대변인 할 때 그때의 내공이 논평을 내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책갈피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세계를 다양하게 해석해 왔을 뿐이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시키는 일이다"-칼 마르크스의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에서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공자의 <논어> 학이편에서


추천도서


◆ 논어<공자>와 도덕경<노자>
현실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중점으로 기술한 게 유학의 최고 경전인 논어다. 하지만 논어만 읽으면 너무 현실적이고, 현상 위주가 될 수 있다. 반면에, 도덕경은 현실을 초월한 가치를 이야기한다. 이 두 책을 함께 읽으면 현실에 살면서 이상을 추구하는 조화로운 삶을 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데미안<헤르만 헤세/민음사 외>
개인적으로 5번 읽은 책으로, 열살의 어린아이가 자신만의 세계와 공간을 만들어 가면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경험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간다. 자아 형성은 바로 본인의 의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으로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세종처럼<박현모/미다스북스>
세종의 인간적인 면을 엿볼 수 있는 책으로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고 목표가 정해지면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감화시키며 소통하는 세종의 모습을 통해 현 시대에서 리더가 갖춰야 할 자세를 잘 보여준다.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열린책들>
종교, 이념, 사상을 뛰어넘어 자유로운 영혼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글로 배우는 교육이 아닌 본인의 욕망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삶을 살아간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며 지금의 선택에 가장 충실해야 과거에 대한 후회가 없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진정한 자유와 참된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윤승용 논설위원 yoon6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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