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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시선] 다문화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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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시선] 다문화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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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의 최근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수가 150만명을 넘어섰다. 다문화시대 혹은 다문화사회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라는 생경스러운 번역어도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용어가 어울릴 만큼 이제 다문화현상이 보편화되었는가?


단순한 양적 팽창을 넘어, 자신의 문화를 소개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문화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외국인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외딴 공장과 어선에서 고립되어 생활하는 외국인이 그 나라 문화를 우리 사회에 제대로 소개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어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통상적인 접촉을 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까? 출입국관리법하에서의 비자 분류에 기대어 살펴보자. D군(유학생과 기업관계) 약 10만명과 E군(노동이주)에서 전문직인 E7까지 약 5만명, 국적취득자를 포함해서 결혼이민자 20여만명으로, 많이 잡아야 40만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거주 외국인 중에 중국인이 절반인데(75만명) 그중에 한국계가 47만명이라고 보면 위에서 다문화 잠재력이 있다고 한 40만명 중에 실제로는 한국인과 다름없는 허수가 상당수 섞여 있다고 할 것이다. 다문화사회니 다문화시대니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앞으로 다문화사회로 변천할 가능성은 있을까? 장차 국내 거주 외국인의 수효가 (얼마나) 늘어날 것인가를 우선 보자.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주된 통로는 고용허가제와 결혼이민이다. 비숙련 인력을 들여오는 고용허가제로 외국 인력의 국내 노동시장 잠식이나 불법체류자의 비율이 지금처럼 증가한다면, 매년 쿼터를 정해 안정적으로 외국 인력을 공급하는 시스템이 지속될 수는 없다. 결혼이주자의 경우도 인권침해나 이혼과 같은 사회문제가 심각하여, 입국 시 언어능력과 경제력을 요구하는 등 점차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추세이다. 좀 더 근본적으로, 중국 경제가 팽창함으로써 우리나라로 향하던 중국과 동남아의 저임금 인력을 흡수할 날이 멀지 않았다. 다문화시대가 올지 확실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다문화라는 용어는 어디서 나왔을까? 현실적으로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하면서 결혼이주자가 이룬 가정을 지칭할 용어가 마땅치 않아 다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다른 한편 미국과 같은 이민국가에서 공부하고 온 학자들이 정치철학적인 이론을 배경으로 다문화를 소개한다. 킴리카와 테일러를 인용하면서 자유주의나 공동체주의를 다문화주의와 연결하거나, 멜팅폿(용광로)모델과 샐러드볼(샐러드 그릇)모델을 대비하면서 사회의 정체성과 통합인가 소수문화의 개별성인가를 따진다. 우리나라에 독특한 결혼이민현상과 이민국가의 다문화 논의가 동거하는 기묘한 모습이다. 정치철학까지 거론하기에 적당하지 않으니 모델만 보자. 우리나라에서 이런 모델이 적실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은 외형상 인구의 3%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이고 그 구성으로 볼 때도 우리 사회와의 정상적인 접촉이 미미하다. 샐러드볼이라면 그 안에 내용물로 토마토만 썰어 넣고 토마토 케첩을 뿌린 정도에 불과하다. 용광로라면 우리가 청동기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니, 철(iron)에 탄소를 보강한 강철(steel) 정도가 이상적이라 할 것이다. 미국의 다문화 논의에서는 어쨌든, 용광로 모델이 낫지 않은가?


다문화시대나 다문화사회와 같은 구호로 일부의 견해와 이익을 사회 전체에 보편화하려는 시도는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 외국인의 양적 확대가 무분별하게 계속되는 토양이 된다. 다문화영역, 다문화요소, 다문화부문 등으로 표현을 절제하고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의 질적 수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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