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퇴임을 앞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후임 인선이 진통을 겪고있다. 후임 구도가 일찌감치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과 재닛 옐런 FRB 부의장의 2파전 구도로 전개되면서 최근엔 조기과열 분위기를 보이며 치열한 파워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들어 ‘포스트 버냉키’로 가장 앞서가던 주자는 현재 하바드 대학 교수로 있는 서머스 전 장관이다. 서머스는 클린턴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을 지냈고 오바마 대통령 집권 후에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이 서머스를 차기 FRB의장으로 점찍었다는 것이 거의 정설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민주당과 깊은 인연을 맺어왔고 오바마 대통령과 그 측근들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됐던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기는 과정에서 서머스 전 장관의 위기 관리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같은 인연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버냉키 의장 후임으로 일찌감치 그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23일 허핑턴포스트도 백악관 주변의 복수 소식통을 인용, 오바마 대통령이 후임 FRB 의장으로 서머스 전 장관쪽으로 상당히 기울었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하지만 서머스 내정설은 이후 상당한 역풍을 맞고 있다. 사실 일찌감치 월 스트리트와 미국 언론, 워싱턴 정가에선 옐런 부의장가 적임자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FRB 내부 인사로서 기존의 정책 기조를 무리없이 이끌어갈 수 있다는 평가에 다가 최초의 여성 FRB 의장 탄생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옐런은 버냉키 의장이 고수하고 있는 양적 완화 정책 의 고안자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 저널(WSJ)도 최근 서머스 전 장관이 부상하기 이전 옐런이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고 소개했을 정도다. 경제 전문 채널 CNBC은 최근 월 스트리트 전문가 4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70%가 옐런을 차기 FRB 의장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백악관이 서머스 카드로 반전을 꾀하자 일부 정치권과 언론, 월스트리트에서조차 반발을 보이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서머스가 지나치게 친 시장주의자에다가 금융 규제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3분의 1이 오바마 대통령의 서머스 지명에 대해 반대하는 성명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이들은 노골적으로 서머스 대신 옐런 부의장을 지명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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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마저 반발하고 나서 상황은 더 꼬이고 있다. 서머스는 2006년 하버드 총장 시절 성차별적 발언이 문제돼 개교 이래 처음으로 총장 불신임안이 가결돼 불명예 퇴진했던 바 있다. 올트라바이올렛 등 여성단체들은 “서머스는 여성에 대해 모욕적이고 냉담한 견해를 가진 인물“이라며 백악관을 압박하고 나섰다.
최근엔 서머스 전 장관이 그동안 시티 그룹과 나스닥은 물론 일부 헤지펀드 사의 자문역을 맡아왔다는 사실이 언론에 폭로됐다. 서머스 전 장관 반대파가 이를 언론에 흘렸다는 것이 정설이다.
급기야 백악관은 언론에 “후임이 결정된 것도 아니고, 오바마 대통령이 9월 이전에 후임자를 발표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연일 양측의 치열한 내부 파워게임을 소개하며 오바마 대통령의 최종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인사와 광범한 여론의 지지를 받는 FRB 내부 인사 사이에서 최종 결단을 내려야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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