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우승컵은 멀어졌지만 '일본 타도'를 외친 태극 여전사들의 바람은 이뤄졌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 A대표팀이 27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아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 여자부 3차전에서 지소연(고베 아이낙)의 멀티 골에 힘입어 일본을 2-1로 물리쳤다.
이로써 한국은 2008년 5월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3-1 승) 이후 5년여 만에 일본을 꺾는 감격을 누렸다. 더불어 1승2패(승점 3)로 유종의 미를 장식하며 중국(승점 3)을 골득실 차(한국 -1, 중국 -2)로 밀어내고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4-4-2 포메이션의 한국은 유영아(부산상무)와 지소연이 투톱을 이루고, 김수연(충북 스포츠토토)과 전가을(현대제철)이 좌우 측면에 포진했다. 권하늘(부산상무)과 김나래(수원 시설관리공단)는 중원을 책임졌다. 수비는 조소현(현대제철), 심서연(고양대교), 임선주(현대제철), 김혜리(서울시청)가 자리하고 골문은 김정미(현대제철)가 지켰다.
초반 주도권은 세밀한 패스를 앞세운 일본이 가져갔다. 전반 7분 중원에서 미야마 아야가 밀어준 패스를 가와수미 나호미가 페널티박스 모서리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려 골문을 위협했다. 4분 뒤 코너킥 상황에선 이와시미즈 아즈사가 한 차례 슈팅을 추가했으나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위기를 넘긴 한국은 곧바로 그림 같은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에이스 지소연이 해결사로 나섰다. 전반 13분 아크 오른쪽에서 자신이 얻은 프리킥을 오른발로 감아 차 골문 구석에 꽂아 넣었다. 일본 수문장 가이호리 아유미가 힘껏 몸을 날렸으나 전혀 손쓸 수 없을 만큼 각도가 예리했다.
자신감을 찾은 한국은 전반 29분 전가을이 중원에서 공을 낚아 채 골키퍼와 단독으로 맞섰으나 마지막 볼 처리가 다소 길어 추가 득점엔 실패했다. 이후 공세를 강화한 일본의 역습에 다소 고전했지만 안정된 수비로 위기를 넘기며 전반을 마무리했다.
이후 일본의 압박에 다소 고전하던 한국은 후반 21분 추가골을 터뜨리며 상대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오른 측면에서 권하늘이 밀어준 패스를 문전에 있던 지소연이 재빨리 낚아 채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다급해진 일본은 교체 카드를 차례로 투입시키고 총공세를 펼쳤다. 결국 후반 27분 만회골이 터졌다. 미야마가 약 25m 거리에서 날린 중거리 슈팅이 한국 수비수 머리를 스쳐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자, 오기미 유키가 혼전 상황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완성했다.
체력이 떨어진 한국은 남은 시간 일본의 파상 공세에 고전하며 수 차례 실점 위기를 맞았다. 후반 35분엔 안도 코즈에의 중거리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후 4분여의 인저리 타임까지 불안한 리드가 계속됐으나 육탄방어로 맞선 수비진의 노력에 힘입어 경기는 한국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한편 대회 우승은 북한의 몫으로 돌아갔다. 앞서 중국을 1-0으로 꺾고 2승1무(승점 7)로 정상에 올랐다. 한국이 일본(승점 4)을 꺾으면서 영광을 차지하게 됐다. 경기가 끝난 뒤 남북 선수단은 그라운드에서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이밖에 북한대표팀 김은주와 허은별은 각각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왕에 선정됐다.
김흥순 기자 sport@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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